예비시댁과의 식사자리 대참사.. (글 추가, 인증?있어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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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8 18:54:02
24/02/18 18: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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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많은 분들이 쓴소리 하시는것.. 주작이다 진짜라면 너무 답답하다 하시는 댓글들 다 하나하나 읽어보고 있습니다. 애초에 좋은 소리 듣자고 쓴 글도 아니고,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반응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한테도 그간 못했던 고민 털어놓고.. 이글까지 보여줬구요
남친은 오늘도 출근을 했는데 그 후로 댓글 같이 보면서 얘기를 좀 나눴습니다. 점심 때 아버님이랑 통화하고 왔다더라구요 그날 일에 대해 꺼냈구요
그런데 뭐..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기억이 안 난다, ㅇㅇ이(제) 부모님을 모욕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런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네요
저도 남친에게 댓글 읽어보니 여러 생각 들었다 12월엔 그런생각 못했지만 나 이젠 너랑 헤어지는 경우까지도 생각한다, 계속 이런식이면 나는 결혼 엎을 거다 얘기했습니다
3월에 둘이 올라오라 한 것도, 남친 혼자 가겠다고 하고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당장은 이렇게 마무리)
결혼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냐 남미새냐 많이 밑지는 결혼이냐 ㅎㅎㅎ 이런 말씀들도 무슨 느낌인지 알거 같아요. 저라도 제 3자였다면 이 경우에 미쳤냐고 결혼은 다시 생각하라 할테니까요......
남친네 부모님이 많이 벌긴 하시지만 철저히 두분 쓰시지, 저희한테 득되는 쪽으로 금전지원 받은 적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받은 금전지원은 저희 부모님께서 더 많이 해주셨어요. 그건 결혼을 하더라도 변함 없을 거고, 돈 보고 만나진 않았습니다. 남친이 들어갔다던 행복주택은 매매하거나 그런게 아니구 16형 제일 작은 방에 자취로 들어간 거예요. 지금은 그 일 이후 아예 인천 떠나 부산으로 이직해버려서, 그 방은 이사와 동시에 월세만 나가고 방치중입니다
당장 내일 예식장 잡힌것도 아니고 아직 생각할 시간 있으니 남친이랑도 더 얘기해보고 어느쪽이든 결론 내리겠습니다. 스스로 못 깨달았던 부분들까지도 많이 깨닫고 갑니다. 따끔한 조언과 충고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편찮으시단 내용으로.. 주작의심 받는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정말 아프셨다고 증명해야하는게 ㅎㅎㅎㅎ
정말 실제 있던 일 맞습니다.
저희는 3년 정도 만났고, 그간 양가 부모님 모두 결혼 생각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 상태였어요. 자연스럽게 몇 번씩 만나서 인사드리고 밥 먹고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터진 건 작년 12월이에요. 남친 본가는 인천이고 저는 부산 삽니다. 저희는 부산에서 합칠 걸 목표로 지내고 있어 예비시댁과는 많아야 1년에 두 세번 정도 만나는 편이었어요.
당시 저희 부모님이 두분 다 급작스레 편찮으신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가 다행히 퇴원하셨는데, 얼마 안 되어 간병하시던 어머니도 빗길에 미끄러지셔서 왼팔이 통으로 부러지셨어요. 저는 외동이라 저밖에 부모님 돌볼 자식이 없구요
다만 인천에 올라가기로 약속이 잡혀있던 터라 선약을 우선시했고 식사자리에서 이 얘길 두분께 꺼내게 됐습니다 실은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구요.
그런데 이 얘기를 들으신 아버님께서는 귀를 의심할 대답을 하셨습니다
"하.. 거... 노친네들 참.."
"뭐 사골이라도 보내드려? 근데 팔이 뿌러지셔서 어디 사골이나 젓겠나~"
그런 말씀을 하시는 내내 이해할 수 없는 웃음과 가벼운 농담조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여타의 작은 일들과,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가부장적인 말 등등으로 시부모님이 마냥 편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때까진 성향 차이다, 불편하다고 해서 도리를 안하고 싶진 않다, 두분께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저 말을 듣고부터는 그냥 멍해지더군요. 무슨 판단이 서는게 아니라 이게 뭐지? 난 어떡해야 되는거지? 알수가 없고.. 그런 얘길 듣고도 저는 바보같이 웃으며 일단 분위기를 맞췄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의 이야기는 점점 예상 못한 분위기로 흘러가기 시작했어요
남친에게 누나분이 한명 계신데, 이 둘의 사이의 좋고 나쁨은 너에게 달렸다.. 원래 집에는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한다 그러니 ㅇㅇ이(남친)가 누나가 뭐 부탁한거 거절하려고 해도, 네가 옆에서 "그러지 말고 들어줘요~" 하며 원만히 이끌어야한다.. 다 너하기 나름이다 이런 이야기부터
또 저더러 "<ㅇㅇ이>라고 하지 말고 <ㅇㅇ씨> 라고 해. 그건 기본적인 예의야." 하며, 단호히 남친에 대한 호칭지적을 하시더군요. 이것도 너무 갑자기였고 아무런 앞뒤가 없었어요 저희 집에서도 남친은 저더러 ㅇㅇ씨라고 안하는데 말이죠...
갑자기 그렇게 제가 야단맞는 느낌에, 모든 게 네 책임이다 하는 분위기가 되는 게 너무 무겁고 버겁기도 했지만. 바로 앞에서 저희 부모님 편찮으시단 얘기에는 노친네.. 하시며 무례한 언동을 하셨던 두분이
저더러는 당신 아들에 대한 예의를 주장하시며 제가 또 무심코 'ㅇㅇ이가..' 라고 하자마자 'ㅇㅇ씨가.' 칼같이 고쳐 얘기하라고 정색하시는 부분이 너무 서럽게 느껴졌어요
아, 나는 결국.. 이런 취급이구나. 당신 아들이 좋다고 데려온 여자이니 지금껏 예뻐하신다 해오셨을 뿐.. 이게 솔직한 나의 위치구나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못 참고 눈물이 났습니다. 엉엉 운 것은 아니고 정말 드라마에서처럼 두 눈에서 눈물이 질끈 나와서 주륵 떨어지더군요
저도 당황했지만.. 두분께서는 아니, 왜 우냐 이게 울 일이냐. ㅇㅇ아(제 이름) 솔직히 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하시며 제가 이해 안된다는 반응.. 한소리 얹으시던 어머님께서도 "어머 나 방금 꼰대였어? 나는 몰랐네~ 그 말이(ㅇㅇ씨라고 부르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어?" 하시며 멋쩍게 웃으시기만...
그럴수록 저는 더 눈물이나고 ㅎ.. 난리였죠. 근데 제가 그렇게 우니까 처음에는 그냥 어색해하시던 아버님이 점점 짜증을 내시더군요.. 뭐냐 왜 우냐.. 말을해라... 그런데 제가 어떻게 "저희 부모님 얘기에는 '노친네'라면서 편찮으시단 분들 두고 농담따먹기 하시더니, 저한테는 ㅇㅇ씨라고 예의 다해라 남매관계도 너 하기 달렸다 이러실 수가 있죠?" 라고 맞받아치겠습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울수록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ㅠ 옆에서 남친도 어쩔바를 몰라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경황이 없는데 남친도 그랬을거라 이 부분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싸해져서 어떤 식으로든 나아지지 않으니..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 싶어서
"단순히 ㅇㅇ씨라고 부르란 말씀때문에 운 것은 아니고.. 그 전부터 두분께 서운하다 느낀 점 때문에 울게된것같다.." 하니까.
ㅎㅎㅎㅎ 더 난리가 나더라구요 ㅎㅎ..;; 지금 생각하면 그 말도 하지 말걸 싶은데 그땐 저도 정신이 없어서 더 현명하게 대처를 못했네요
아무튼 이 얘기 들으신 두분 반응... "서운하다고? 뭐가?" 하면서, 아까까진 짜증이었다면 이젠 화가 됐어요
또 그렇게 다분히 "뭐가 서운한데? 말을 해봐. 말하면 고칠게 뭐 알아야 고칠거 아니니" 하면서 저를 몰아세우는 분위기로 진행되다가.... 또 갑자기 아버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큰아빠들 다 반대하는거 우리는 너네 응원했다!"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남친도요. 말인 즉 아버님의 형제분들.. 남친의 큰아버님들이 저희가 사귀는 걸 반대하신다는 얘기였습니다. 청천벽력같은 그런 말을.. 우리는 너희들 편 해왔는데 어떻게 우리더러 서운하다고 하니? 논조로 말씀하시더군요
솔직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좋은 감정만 있냐고, 다는 이해 못하지만 그런 생각도 했구나 하며 유순히 넘어가주실 줄 알았습니다. 아니 적어도 이걸로 더 화를 내시며 그런.. 몰라도 됐을 진실을 알려주실 줄은 몰랐어요
당연히 저는 충격 받았고.. 정말 맘같아선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남친 생각하여 그러지 못하고. 끝까지 "뭐가 서운한지 말해봐라" 하시는 두분께 자리를 파할 때까지 입을 다물었습니다...
물론 그날 두분이 음주하신 상태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점에 비추어 생각해봐도 저는 그날 받은 충격이 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 그동안 두분께 예뻐보이려고 해온 온갖 행동들.. 다 쓸모없었다 생각 들고 정말 비참하더군요
그날 남친 자취방으로 돌아와 둘다 엉엉 울었습니다. 저는 우리부모님이 내가 이런 소리 듣고 돌아온거 아시면 뭐라시겠냐.. 남친도 우리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실 줄 몰랐다.. 진짜 너무 부끄러웠고 맘같아선 창문열고 뛰어내리고 싶었다... 하구요
이후 예비시댁과의 관계는 안좋게 바뀌었습니다. 아버님이 화가 많이 나셨는지 남친 통해 연락하실 때마다 "그래서 ㅇㅇ이(제 이름)는 뭐가 그렇게 서운하대?" 물으시고. 남친이 제대로 대답 안하니 감정이 쌓이셨는지 그냥 안부문자를 드려도 냉랭하셨죠 (제가 보낸거 아니고! 남친이! 혼자서! 문자보내고! 찾아뵙고! 한거예요. 저랑은 저날 이후 단한마디도 나눈적 없습니다)
남친은 불안해하는 제게 2월에 설 때 올라가면 자기가 얘기해보겠다, 나만 믿어라, 여차하면 나는 연을 끊을 생각도 있다 저를 안심시켜주었지만
예, 이 글을 쓰는 지금 이미 설이 지났잖아요. 설에 가서도 아버님이 만나주시지 않아서 어머님하고만 그냥저냥 얘길 하고 오고... 아버님은 "정식으로 결혼허락 받을 거면 3월에 둘이 같이 올라와서 받고, 그때 그 얘기도 해라." 이런 입장이신 듯해요
저는 3월에 둘이 같이 올라가더라도, 식사자리에서의 사건은 제 입으로 말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러쿵저러쿵 해봤자 며느리만 밉보이지 하등 좋을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단 하루라도 남친 먼저 보내 남친 입으로 이야기하게 하고, 그게 괜찮으면 다음날 같이 찾아뵙고 아님 말자.. 이건데
걱정은 더 전체적인 부분입니다. 결혼하게 되면 어쨌거나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평생 엮이는 분들이잖아요. 남친이 연 끊겠다 하지만.. 그게 어디 정말 연 끊는 거겠습니까. 끊었다가도 부모님께 무슨 일 생겼단 소식들리면 맘쓰일거고.. 그런데 저더러 티를 못내니 속으로만 곪다가 몇십년 뒤엔 저한테 모든 원망이 돌아올 수도 있겠죠
그래서 답답하네요.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결혼해 살면 어떡해야하나 싶구요.
사실 12월에 저 일이 있은 후로도 남친과의 결혼 생각이 바로 꺾이진 않았는데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막상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없구나, 남친도 내심 그냥 넷이 화목하도록 저에게 노력하길 바라는 것 같구.. 저렇게 50년 넘게 살아오신 분들인데 바뀌시겠느냐, 아예 이렇게 단정짓고 있습니다
저도 바뀔거라 믿는 게 아닙니다. 안 바뀌면 못 살 것이 뻔하니 이러는 것이죠 두분 성격은 안 변하는거 정해놓고 저더러 다시 노력하자 좋게 이야기해보자 하는 것도 웃기구요. 여기서 어찌저찌 일단락시키고 웃으며 헤어진대도 또 아버님 심기 거슬리는 일 있으면 무슨 말 들을 줄 아나요 그에 대한 두려움이 트라우마 급으로 남아서, 이제 시부모님 얘기만 들어도 호흡이 떨리고 몸이 굳습니다
이제는 이런 식이면 정말 최악의 경우 결혼 못하겠다 헤어지게되겠구나 체념되기도 하는데... 이런 고민을 하는 자체가 늘 그렇듯 남친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 그런 거잖아요.
저도 하는 데까진 노력해보고 싶은데 진심으로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냥 원래 그런 분들이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고 인형처럼 앉아서 네네, 거리다 집에 돌아오는 평생을 살아야할지...
헤어진다, 결혼 포기한다 라는 선택지가 있음은 잘 압니다. 그것과 별개로 '만약 결혼해서 산다면 어떻게 해야될지'에 대한 조언이 필요해요.
결혼 선배님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