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가 정원 늘려서 살리겠다는 그 필수의료 최전방에 있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의료도 그...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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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8 02:30:02
24/02/18 02: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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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가 정원 늘려서 살리겠다는 그 필수의료 최전방에 있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의료도 그렇지만 저도 임신 계획 중인 여자로서 마음 아파서 글 퍼왔어요ㅠ
다들 한 번씩 읽고 같이 생각 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결혼하면서 판을 많이 보기도 했구 무엇보다 소아과라 결시친 여러분들이 관심 가질만한 주제인 것 같아서 결시친에 올려봐요.
안녕하십니까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 입니다.
저는 올해 가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를 앞둔 가을턴 4년차 전공의입니다.
타과를 지원하다가 떨어져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것도 아니고, 소아청소년과가 3년제로 바뀌어서 지원한 것도 아닙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선택했고, 3년 5개월 동안 전공의 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왔으며 작년 보릿고개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을 자원하여 일하고 있었으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현재 임신 중인 임산부입니다. 전공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제 신랑은 저 때문에 회사 진급을 포기하고 2년에 달하는 육아휴직을 감내했고, 신랑의 복직 후에는 양가 부모님들의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습니다.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는 대한민국 소위 big five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티오가 차지 못한 곳입니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를 큰 병원 중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으나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 역시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이제는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인력부족이 극심하기 때문에 임산부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차전, 분만 직전 12주전을 제외하고는 기존 당직 근무에 그대로 임합니다. 그리고 저는 최고년차이기 때문에 당직도 일반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 당직만 섭니다. 태교는 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습니다. 전공의는 교대근무가 아니므로 당직이 끝나는 7am부터 정규 근무에 바로 임합니다. 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를 끌어가며 근무에 임해왔습니다. 이곳은 중증소아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전공의로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소아코드블루를 경험하고 한달에 한 두 명 이상의 환아의 사망을 경험합니다. 지난 달 당직 시간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환아를 50분동안 심폐소생술한 적이 있는데 가슴 압박을 하면서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이기전에 나는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습니다. 다행히 환아가 살아난 후 오랜 처치가 끝나고 당직실로 들어가서는 뱃속의 아기에게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고 걱정할까봐 가족들에겐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매년 5000명의 의사를 배출한 들 그 중에 한명이라도 저처럼 살고 싶은 의사가 있을까요? N수가 많아지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할 의사도 정말 많아질까요?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 어려운 나라이지만, 의사로서 아이를 치료하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붕괴 중이고 이는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가 5000명이 된 들 소청과를 3년제로 줄인 들 소청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현실이 이대로 간다면 세브란스병원 다음으로 다른 빅 파이브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전공의 기간만 버텨내면 이후에 돈 많이 벌 텐데 왜 힘들다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른 과 이야기입니다. 소청과 교수님들의 삶은 타과 교수님들의 삶과는 너무 달라 보입니다. 그래서 대학병원 교수도 되고 싶지 않습니다. 로컬에 나간 선배님들 중 많은 분들이 소아환자진료가 아닌 피부미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 못 버는 호구 소리 들어도 힘든 현실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소청과 트레이닝을 지속했던 이유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들도 보지 못한 아이들의 last normal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마지막 말들은 제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소청과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제 마음 속 무겁게 자리해 꼭 제대로 된 실력 있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야 된다고 오뚜기처럼 저를 세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파업을 위한 사직이 아니고 정말 “개인사직”을 위한 사직서입니다. 금번 파업을 하더라도 의대증원수만 줄어들지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하여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습니다. 소청과 의사의 밥그릇에 뭐가 담겨 있나요? 소아청소년과를 같이 하자고 후배들에게 더 이상 권할 수가 없습니다. 몇 개월만 수료하면 끝이라 속상하지만 이런 현실이라면 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면허가 있더라도 소아환자진료를 보며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의사 집안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없고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합니다.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50분의 심폐소생술후 살아난 위 아이는 지금 일반병동에서 다음주 퇴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환아의 웃는 얼굴을 보니 오늘도 참 뿌듯했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못다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겠습니다.
병원 동료들 선후배님들 교수님들께 죄송하며 이때까지 감사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 올림
+
옛날에 정부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의료를 국민에게 값싸게 제공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를 책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가는 물가가 턱끝까지 오른 지금까지도 수십년간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전체 의료가, 10을 쓰면 7 정도 보상을 받고 나머지는 알아서 비급여로 채워넣도록 설정되었으며 앞서 말씀드린 내외산소는 특히 더합니다. (필수과, 요즘엔 기피과나 낙수과라고도 불리지요) 그 중에서도 소아과는 비급여 항목조차 거의 없으니 진료만 보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적자입니다. 결국 돈 문제냐? 싶으시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도 소아과 의원 폐업률이 높습니다. 같이 의문을 가져봅시다. 상식적으로 아기가 태어나질 않는데, 왜 점점 소아과가 부족하다고 느낄까요? 우리나라 소아과 전문의 수는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아직 은퇴하는 의사가 많진 않으니 누적되어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소아과오픈런, 그렇게 잘 되면 이미 전문의 따신 분들 다 개원하면 되는데 왜 포기하거나 폐업까지 할까요? 그렇게 소신을 가지고 힘들게 트레이닝했는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였을까요?
특히… 왜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를 보기 위해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봅니다. 소아과의원은 단순히 진료를 100명을 보지 않으면 수익이 나질 않습니다. 당연히 50명 보면 적자 폐업입니다. 그러면 남은 한 의원이 150명을 보며 그 수익으로 유지하는 거죠. 태어나는 아기가 줄어들고 기타 인건비 등 지출은 더 높아지니 남은 의원은 갈수록 더 소수고, 환자와 보호자는 더 대기합니다. 그게 반복되어 갑니다. 인건비와 물가는 오르는데 수가는 수십년 전이니 미래에는 소아과의원 운영하려면 200명, 300명 봐야 합니다. 소아과오픈런은 운명입니다. 아기가 그 정도로 태어나려면 어느 정도 지역에 의원 하나가 있어야 할까요. 혹은 정부가 하란 대로 비급여 레이저, 크림 이런 거 끼워넣으면서 살아남던지요. /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50명만 봐도 운영이 된다면 150명 보는 의원 옆에 소아과의원이 알아서 하나가 더 생길테죠.
특히 소아과는 의료사고라도 나면(의사는 납득하기 힘든 경우에도) 이대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처럼 최종판결이 무죄로 나기 전까지 감옥에도 가고, 평생 벌어보기도 힘든 10억 이상 배상 금액이 나오는데… 그 위험까지 좀 고려해달라는 건 과욕이겠지요. 그래서 고소 당할 걱정, 죄 지을 걱정, 파산할 걱정 대신 힘들었던 수련 과정은 가슴에 묻고 미용을 한다고 하면 역시 돈독 올랐다는 말을 듣겠고요..
정원을 늘리면 어쨌든 더 갈 거다? 그럴지도, 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현실에도 소아를 사랑해서 소아과를 가는 친구들이 20명대는 되니까요. 2천명 늘리면 30명이 되려나요. 하지만 대학병원에선 소아과 개설이 필수고 그 적자를 그나마 다른 과나 장례식장, 식당 등에서 메꾸지만, 의원에서는 그럴 수 없기에 미래에 소아과오픈런이란 단어가 사라지지 않고 이대로면 더 악화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돈돈 했지만 떼돈 벌게 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의사가 악마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제가 실제 소아과에서 뵌 선생님들은 그저 사랑의 화신입니다. 할 수 있는 현실이면 소아 진료를 보실 분들입니다. 그리고 평생 할 수 있는 현실이면 용기를 내어 소아과에 지원할 친구들도 분명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정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원을 늘리면서 그 이유에 소아과오픈런 등을 운운하는 건 전 다른 의도를 감춘, 허울뿐인 구호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 국민으로서 정말 우리나라 의료 정책이 걱정됩니다. 저도 친정 시댁이 근처에 없어 아기가 태어나면 오픈런이 두려워요. 아니 그보다 먼저, 분만실 지키는 의사들이 아기 태어나기 전에 사라질까봐도 걱정입니다. (분만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산모와 아기의 사망 부담에도 돈은 분만이 아니라 산후조리실로 벌어야 합니다. 의원은 결국은 부인과로 해서 질필러 놓으며 운영하고요) 걷다가 교통사고 나서 실려가도 응급실에서도 안 받아들여질까 걱정이구요 (응급실뺑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지만 요약하면, 응급실에서 정말 응급한 환자를 볼수록 병원이 평가를 나쁘게 받고 돈을 덜 받도록 정책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밤새워가며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실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눈빛이 반짝거리는, 정말 진심인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평생 소신있는 진료를 볼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의료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한 번씩 읽고 같이 생각 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결혼하면서 판을 많이 보기도 했구 무엇보다 소아과라 결시친 여러분들이 관심 가질만한 주제인 것 같아서 결시친에 올려봐요.
안녕하십니까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 입니다.
저는 올해 가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를 앞둔 가을턴 4년차 전공의입니다.
타과를 지원하다가 떨어져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것도 아니고, 소아청소년과가 3년제로 바뀌어서 지원한 것도 아닙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선택했고, 3년 5개월 동안 전공의 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왔으며 작년 보릿고개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을 자원하여 일하고 있었으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현재 임신 중인 임산부입니다. 전공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제 신랑은 저 때문에 회사 진급을 포기하고 2년에 달하는 육아휴직을 감내했고, 신랑의 복직 후에는 양가 부모님들의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습니다.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는 대한민국 소위 big five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티오가 차지 못한 곳입니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를 큰 병원 중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으나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 역시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이제는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인력부족이 극심하기 때문에 임산부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차전, 분만 직전 12주전을 제외하고는 기존 당직 근무에 그대로 임합니다. 그리고 저는 최고년차이기 때문에 당직도 일반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 당직만 섭니다. 태교는 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습니다. 전공의는 교대근무가 아니므로 당직이 끝나는 7am부터 정규 근무에 바로 임합니다. 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를 끌어가며 근무에 임해왔습니다. 이곳은 중증소아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전공의로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소아코드블루를 경험하고 한달에 한 두 명 이상의 환아의 사망을 경험합니다. 지난 달 당직 시간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환아를 50분동안 심폐소생술한 적이 있는데 가슴 압박을 하면서 내 뱃속 아기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이기전에 나는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습니다. 다행히 환아가 살아난 후 오랜 처치가 끝나고 당직실로 들어가서는 뱃속의 아기에게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고 걱정할까봐 가족들에겐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매년 5000명의 의사를 배출한 들 그 중에 한명이라도 저처럼 살고 싶은 의사가 있을까요? N수가 많아지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할 의사도 정말 많아질까요?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 어려운 나라이지만, 의사로서 아이를 치료하기도 어려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붕괴 중이고 이는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가 5000명이 된 들 소청과를 3년제로 줄인 들 소청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현실이 이대로 간다면 세브란스병원 다음으로 다른 빅 파이브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전공의 기간만 버텨내면 이후에 돈 많이 벌 텐데 왜 힘들다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른 과 이야기입니다. 소청과 교수님들의 삶은 타과 교수님들의 삶과는 너무 달라 보입니다. 그래서 대학병원 교수도 되고 싶지 않습니다. 로컬에 나간 선배님들 중 많은 분들이 소아환자진료가 아닌 피부미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 못 버는 호구 소리 들어도 힘든 현실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소청과 트레이닝을 지속했던 이유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들도 보지 못한 아이들의 last normal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의 마지막 말들은 제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소청과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제 마음 속 무겁게 자리해 꼭 제대로 된 실력 있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야 된다고 오뚜기처럼 저를 세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합니다. 파업을 위한 사직이 아니고 정말 “개인사직”을 위한 사직서입니다. 금번 파업을 하더라도 의대증원수만 줄어들지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하여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들은 더는 견디기 괴롭습니다. 소청과 의사의 밥그릇에 뭐가 담겨 있나요? 소아청소년과를 같이 하자고 후배들에게 더 이상 권할 수가 없습니다. 몇 개월만 수료하면 끝이라 속상하지만 이런 현실이라면 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면허가 있더라도 소아환자진료를 보며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의사 집안도 아니고 모아둔 돈도 없고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합니다.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50분의 심폐소생술후 살아난 위 아이는 지금 일반병동에서 다음주 퇴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환아의 웃는 얼굴을 보니 오늘도 참 뿌듯했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못다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겠습니다.
병원 동료들 선후배님들 교수님들께 죄송하며 이때까지 감사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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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정부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의료를 국민에게 값싸게 제공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를 책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가는 물가가 턱끝까지 오른 지금까지도 수십년간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전체 의료가, 10을 쓰면 7 정도 보상을 받고 나머지는 알아서 비급여로 채워넣도록 설정되었으며 앞서 말씀드린 내외산소는 특히 더합니다. (필수과, 요즘엔 기피과나 낙수과라고도 불리지요) 그 중에서도 소아과는 비급여 항목조차 거의 없으니 진료만 보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적자입니다. 결국 돈 문제냐? 싶으시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도 소아과 의원 폐업률이 높습니다. 같이 의문을 가져봅시다. 상식적으로 아기가 태어나질 않는데, 왜 점점 소아과가 부족하다고 느낄까요? 우리나라 소아과 전문의 수는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아직 은퇴하는 의사가 많진 않으니 누적되어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소아과오픈런, 그렇게 잘 되면 이미 전문의 따신 분들 다 개원하면 되는데 왜 포기하거나 폐업까지 할까요? 그렇게 소신을 가지고 힘들게 트레이닝했는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거였을까요?
특히… 왜 환자와 보호자는 진료를 보기 위해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봅니다. 소아과의원은 단순히 진료를 100명을 보지 않으면 수익이 나질 않습니다. 당연히 50명 보면 적자 폐업입니다. 그러면 남은 한 의원이 150명을 보며 그 수익으로 유지하는 거죠. 태어나는 아기가 줄어들고 기타 인건비 등 지출은 더 높아지니 남은 의원은 갈수록 더 소수고, 환자와 보호자는 더 대기합니다. 그게 반복되어 갑니다. 인건비와 물가는 오르는데 수가는 수십년 전이니 미래에는 소아과의원 운영하려면 200명, 300명 봐야 합니다. 소아과오픈런은 운명입니다. 아기가 그 정도로 태어나려면 어느 정도 지역에 의원 하나가 있어야 할까요. 혹은 정부가 하란 대로 비급여 레이저, 크림 이런 거 끼워넣으면서 살아남던지요. /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50명만 봐도 운영이 된다면 150명 보는 의원 옆에 소아과의원이 알아서 하나가 더 생길테죠.
특히 소아과는 의료사고라도 나면(의사는 납득하기 힘든 경우에도) 이대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처럼 최종판결이 무죄로 나기 전까지 감옥에도 가고, 평생 벌어보기도 힘든 10억 이상 배상 금액이 나오는데… 그 위험까지 좀 고려해달라는 건 과욕이겠지요. 그래서 고소 당할 걱정, 죄 지을 걱정, 파산할 걱정 대신 힘들었던 수련 과정은 가슴에 묻고 미용을 한다고 하면 역시 돈독 올랐다는 말을 듣겠고요..
정원을 늘리면 어쨌든 더 갈 거다? 그럴지도, 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현실에도 소아를 사랑해서 소아과를 가는 친구들이 20명대는 되니까요. 2천명 늘리면 30명이 되려나요. 하지만 대학병원에선 소아과 개설이 필수고 그 적자를 그나마 다른 과나 장례식장, 식당 등에서 메꾸지만, 의원에서는 그럴 수 없기에 미래에 소아과오픈런이란 단어가 사라지지 않고 이대로면 더 악화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돈돈 했지만 떼돈 벌게 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의사가 악마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제가 실제 소아과에서 뵌 선생님들은 그저 사랑의 화신입니다. 할 수 있는 현실이면 소아 진료를 보실 분들입니다. 그리고 평생 할 수 있는 현실이면 용기를 내어 소아과에 지원할 친구들도 분명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정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원을 늘리면서 그 이유에 소아과오픈런 등을 운운하는 건 전 다른 의도를 감춘, 허울뿐인 구호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 국민으로서 정말 우리나라 의료 정책이 걱정됩니다. 저도 친정 시댁이 근처에 없어 아기가 태어나면 오픈런이 두려워요. 아니 그보다 먼저, 분만실 지키는 의사들이 아기 태어나기 전에 사라질까봐도 걱정입니다. (분만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산모와 아기의 사망 부담에도 돈은 분만이 아니라 산후조리실로 벌어야 합니다. 의원은 결국은 부인과로 해서 질필러 놓으며 운영하고요) 걷다가 교통사고 나서 실려가도 응급실에서도 안 받아들여질까 걱정이구요 (응급실뺑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지만 요약하면, 응급실에서 정말 응급한 환자를 볼수록 병원이 평가를 나쁘게 받고 돈을 덜 받도록 정책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밤새워가며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실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눈빛이 반짝거리는, 정말 진심인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이 평생 소신있는 진료를 볼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의료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