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 하루 사용기 : 정말 단점이 많은 기기인가? 0
미국 시간으로 오늘 아침에 애플 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픽업하고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았습니다.
했던 컨텐츠를 생각해보자면 디즈니+, 애플TV+, 3D 모델 뷰어 앱, 사진, 게임, 3D 컨텐츠, 퍼소나, 페이스타임, 스크린쉐어등이 있네요.
언박싱이나 기본 기능들은 이미 훌륭한 리뷰어분들(특히 MKBHD)이 다루었기 때문에
저는 뉴스나 리뷰 영상에서 주로 다루었던 내용 중에 개인적으로 다르게 경험 했던 부분과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 사용기를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1. 비전 프로는 메타 퀘스트의 향상된 버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기입니다. (가격도..)
구글 카드보드와 메타 퀘스트는 아예 급이 다른 기기인 것처럼,
메타퀘스트와 비전 프로 또한 그 정도의 격차가 있는(게임 제외)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하드웨어 품질 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생태계에서 어마어마한 사용성 차이를 보여줍니다. 적어도 비전 프로 안에서 문자와 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알림 확인한다고 헤드셋을 벗을 필요가 없습니다.
2.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핀치하는 비전 프로의 기본 제스쳐는 멀티 터치를 처음 배웠을때 흥분을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옛날 멀티 터치를 처음 써보셨을때 기억하시나요? 그때는 웹사이트 스크롤만 해도 재밌었고 사진 핀치 줌만 해도 재밌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비전 프로의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핀치하는 제스처도 그때의 느낌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앱 선택만 해도 재밌고 창 크기 키우고 줄이고 움직이기만 해도 재밌습니다. 괜히 이 광고를 출시일에 보여준게 아니더군요.
3. 비전 프로는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파노라마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서 정말 제가 다시 그 자리에 서있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달과 산으로 이동해서 100인치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거나 랩탑 작업을 할 수 있고,
3D 영상은 극장, 디즈니랜드에서 봤던 그 어떤 방식보다 훨씬 몰입감이 있고,
3루수 뷰에서 야구 경기, 골대뷰에서 축구 경기 3D 영상을 봤는데 와... 소름이 돋더군요.
그리고 이 모든것을 표현하는 4k 패널 두개의 디스플레이 품질은 정말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과장하면 그동안 봤던 그 어떤 디스플레이보다 좋습니다. (패쓰쓰루 품질 제외)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메타 퀘스트와는 아예 비교 자체가 안됩니다.
4. 자칫하면 고립되고 외로울 수 있는 헤드셋의 한계를 애플은 기술과 사용자 경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 전면 디스플레이의 아이사이트 기능은 부족하지만 오프라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디스플레이 퀄리티가 안좋다고해도 눈을 보고 얘기하는 것과 아닌 것은 느낌이 너무 다르더군요.
- 퍼소나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페이스타임 도중 온라인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비전 프로 화면을 공유하는 방법은 정말 쉽고 다양합니다. 에어플레이 기능으로 애플TV 맥북에 보정된 화면을 송출할 수 있고, 심지어 페이스타임에서 제공하는 스크린 쉐어기능을 사용하면 내가 보고 있는 비전 OS 화면을 아이폰,맥으로 통화하는 친구들에게 쉽게 중계할 수 있습니다. (비전OS 궁금해하는 친구에게 이 기능 유용하게 썼네요 ㅎㅎ)
-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비전OS로 페이스타임을 한다면 서로 퍼소나를 소환해 같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캔버스를 공유하면서 회의도 가능합니다. (최대 6명까지 테스트해봄, 위 영상과 비슷, 아바타끼리 하이파이브 가능)
- Breakthrough(다른 사람이 다가보면 희미하게 보이는 기능) 기능은 제가 몰입형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때도 다른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제게 다가온다면 정말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보여줍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이가 없을 정도.
결국 사용해보면서 느낀 결론은 모든 기능들이 베타거나 퀄리티가 충분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존재해야 할 명분과 방향성이 존재하고 이걸 앞으로 기술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5. 단점은 확실히 있는 기기입니다.
- 패쓰쓰루는 특히 실사용 하는 사람들 위주로 불만이 많습니다. 패쓰쓰루 영상의 반응 속도는 좋지만 화면 품질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아요. (관련 해외 레딧 쓰레드 : https://www.reddit.com/r/VisionPro/comments/1ahj5uj/most_reviews_oversold_passthrough_quality/)
- FOV(시야각)은 그냥 적당합니다. 그래서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 키보드 입력 방식 또한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 솔로 밴드의 착용감은 불편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듀얼 밴드보다 오히려 솔로 밴드가 더 편하더군요. 한가지 팁이 있다면 솔로 밴드는 사이즈 선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사이즈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머리 측정시 M 사이즈가 나왔는데 오히려 S 사이즈가 훨씬 편하고 M은 너무 헐렁해서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서 불편하더라구요. 다행히 14일 이내에 기기 전체가 아닌 스트랩만 교환하는 옵션이 있고 당일 픽업시 시착 후 교환도 가능합니다.
LINK6. 기기의 단점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세대 기기의 목표는 새로운 플랫폼의 방향성 설립과 마켓 형성이지, 기술적 완벽함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워치OS, iOS도 1세대는 성능이 부족했지만 홈화면, 디지털 크라운과 같은 기본 인터렉션은 이미 처음부터 다 정립되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족한 성능을 채워주면 그만이죠.
비전OS도 성능상 아쉬움이 있지만(특히 가격 대비) OS에 대한 기본 개념과 방향성은 충분히 정립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메타 퀘스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구요. 비전OS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기술적 문제들(배터리, fov...)은 반드시 해결됩니다.
7. 다른 VR/AR 헤드셋을 사용해보지 않고 비전 프로를 먼저 사용한다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가솔린 차를 안타보고 전기차를 바로 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전기차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솔린 차와의 차이에서 오는 매력이 존재하는 것처럼 비전 프로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헤드셋을 사용해보고 오시면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많아 보입니다. 이게 아니라면 단점이 먼저 보일 수도 있어요..
8. 엔터테이먼트 기기로서는 확실한 가능성이 존재, 생산적 기기로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확실히 쓰고 벗는 과정이 핸드폰, 랩탑 여는것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접근성 장벽이 존재합니다. 머리도 헝클어지고.. 화장도 지워지고.. 그래요..
9. 2005년 위의 인터뷰에서 스티브잡스는 비전 프로와 같은 VR기기를 눈에 쓰는 헤드폰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이어폰보다 월등하고 스피커만큼의 소리를 제공하는 헤드폰처럼 큰 플라즈마 티비를 보는 것 같은 수준의 휴대용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없다고 안타까워했죠. 그리고 그때로부터 19년이 지나고 비전 프로가 출시됐네요.
결론적으로는 정말로 꼭 한번씩 사용해보셨으면 하는 기기입니다. 특히 너무 성숙해진 스마트폰과 랩탑 기술에서 오는 매너리즘을 해결해줄 수 있는 오랜만에 나온 너무 신선한 기기인 것 같아요. 영상으로는 백날 봐도 한번 쓴 것보다 못하더군요 ㅠ. 특히 나중에 한국에 출시가 된다면 애플에서 제공해주는 공식 오프라인 가이드 세션을 꼭 이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빨리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궁금하신 점 있으면 댓글 적어주시면 답글 달아드리겠습니다.
혹시 비전 프로 앱 개발 관심있거나 진행중인 개발자 디자이너 아티스트분 중에 커피챗 관심 있으신 분은 쪽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
* 본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전 프로를 쓰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