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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 사용기 - 공간 컴퓨팅에 대하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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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5 20:56:02 24/02/15 20:56:02 1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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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 사용기는 비전 프로 기기의 장 단점에 대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다만 애플이 비전 프로를 발매하면서 포지셔닝한 “공간 컴퓨팅”과 이에 관해 실제로 기기를 사용하면서 든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저는 VR전문가가 아니니 틀린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혹시 이 글이 사용기 게시판에 적합하지 않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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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를 실제로 사용하기 전까지는 기존 VR기기와 달리 애플이 비전 프로를 공간 컴퓨팅으로 홍보를 한 것을 보며 참 똑똑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기의 성능을 떠나서 단순히 500만원 정도 하는 기기를 컨텐츠 감상 또는 오락용으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맥과 연동해 “공간 컴퓨팅”으로 홍보한 순간 보다 폭 넓은 사람들을 잠재적 구매자로 끌어오는 것이 가능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VR에 관심이 없던 저만 해도 흥미를 느끼고 구입을 했으니까요. 저는 맥북이 제 메인 컴퓨터이며,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서도, 카페에서도, 외부 오피스에서도 80인치가 넘는 모니터 셋업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남들이 내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보지 못하는 프라이버시까지 보장된다? 이 점에 끌려 비전 프로를 구입하게 되었죠. 


하지만 실제로 비전 프로를 사용 해 본 후에는 공간컴퓨팅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공간컴퓨팅은 단순히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애플의 미래 비전을 나타내는 단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조금씩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기기를 사용하면서 든 첫 번째 상상은 먼 미래에는 개인용 PC (또는 맥)라는 개념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장 현재의 비전 프로만 해도 유튜브, 넷플릭스 등 간단한 컨텐츠를 즐기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고 워드 등을 활용하여 서류를 작성하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보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의 경우 개인 PC보다 코어나 램 용량이 월등히 많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슈퍼컴퓨터..?) 서비스를 이용해 연산능력을 빌려서 사용한다면 될 것이고, 게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클라우딩 서비스를 이용하면 될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되려면 엄청난 허들이 있겠지만 30년, 50년 뒤에 이런 것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개인이 PC를 소유하는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비전 프로와 같은 출력기기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PC의 키보드&마우스의 편리성을 대체할 만한 획기적인 입력기기의 발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상상은 현재의 2D 사진 또는 영상이 3D로 대체될 것이란 상상이었습니다. 비전프로를 사용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3D로 촬영된 Immersive 영상을 처음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제가 본 영상은 어떤 가수 분이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는 영상이었는데 정말 제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마치 악수를 청하면 받아줄 것 만 같은 생동감이요. 제가 잘 모르지만 이런 기능은 애플이 처음 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메타 퀘스트 등에서도 가능한 기능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기능이라도 전 메타 퀘스트와 비전 프로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3D 사진/영상과 같은 새로운 포멧이 대중화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보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3D 영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를 할 수 없고 또 한정된 기기에서만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존의 2D 영상을 찍을 겁니다. 이러한 점에서, 메타버스를 목표로 수요층이 한정적인 메타 퀘스트와 달리 애플이 비전프로의 개념/목표를 공간 컴퓨팅으로 잡은 순간 이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포멧이 될 것입니다.  (거의) 우리 모두가 컴퓨터는 필요로 하니까요. 생각해보면 비전 프로가 아니더라도 먼 미래에는 결국 VR, AR과 같은 기기가 활성화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3D 영상이 보편화가 될 것입니다. 저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공간 컴퓨팅”을 컨셉으로 들고 온 순간 그 시기를 한참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먼 미래에는 DSLR, 미러리스와 같은 사진기로 2D 사진을 찍는 것이 현재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물론 현재의 비전 프로는 단점이 너무나도 뚜렷한 기기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사용하는데 많이 불편합니다.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 단순히 비전 프로를 사용하는 것 만으로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변할까 상상을 하게 되는 스스로를 보면서 애플이 정말 엄청난 제품을 내 놓긴 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언급한 미래는 초등학생들도 상상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미래일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미래를 상상하는 것과 특정 기기를 사용하면서 실제로 그런 미래를 느끼는 건 전혀 다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애플의 VR 사업이 폭망해서 비전 시리즈가 단종될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애플의 VR전략을 응원하는 입장을 취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비전 프로의 사용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미래와의 조우”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애플이 이런 소중한 문구를 비전 프로에 사용하지 않고 아이폰 X에 사용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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