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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병원 입원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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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베릅
24/08/25 10:52:01 24/08/25 10:52:01 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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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한국 간병인 글 보고 생각나서 기억을 더듬어 프랑스 종합병원 입원기를 써볼까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0년전.. 막 프랑스에 도착해서 유학 시작하던 무렵이죠.

그러니까 의료보험도 아직 등록도 안됐고 서류들도 처리되지않은 도착하자마자 한달도 안된 시기였던것 같아요.


배탈난것처럼 배가 살살 아파서 학교 보건소를 갔더니 충수염인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만해도 혼자 운전해서 갈 수 있을 정도라 알았다고 내가 운전해서 갈 수 있으니까 가겠다고 하니, 보건소에서 극구 말리더니 기어코 구급차를 불러주더라구요.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죠 왜 그랬는지..

학교에 앰뷸런스가 오고,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생전 처음 구급차 타고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휠체어에 옮겨지고 무슨 중환자처럼 대해주는데 일단 응급실에 대기하고있던 열댓명의 대기자를 패스하고 바로 어떤 방에 들어가니 의사와 1대1 면담을 시작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응급실에 스스로 가면 구급차로 들어온 환자에비해 우선순위가 많이 밀려서 수시간을 대기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보건소가 생각이 다 있어서 그랬던거였어요)

의사가 다시 진찰을 한 10-20분정도 하니 (그와중에 농담따먹기같은것도 했던것 같아요), 충수염같다고 MRI를 찍어보자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병원 베드에 눕혀져서 이리저리 병원 내에서 이동되다가 한시간정도 기다렸나 MRI를 찍었고 충수염 확진이 되었습니다.

바로 병실로 옮겨지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라고, 몸에 털도 다 밀라고 면도기 주더군요. (병실이 최대인원이 2인실이라고 하더라구요. 화장실 샤워실도 병실마다 전부 있고)

그렇게 준비하고 한두시간 기다렸나, 간호사가 이제 수술해야한다고 또 베드를 옮겨서 이리저리 옮겨지고..

수술방 들어가기전에 생애 첫 수술이 무서워서 막 울먹울먹 하고 있으니까 의사가 손을 잡아주면서 걱정하지말라고 우리는 프랑스 최고라고 했었나 무튼 손이 무척 따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생에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가 됐네요. 와중에 또 농담따먹기도 했었던것 같은데 마취 직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렇게 마취되고 수술받고 깨어보니 나중에 연락듣고 온 여자친구가 있고.. 배에는 구멍 두 개가 뚫려있고 거즈로 덮여있었나 했던것 같아요.

여자친구는 당시 당연히 병원에서 잘줄알고 짐이랑 세면도구 바리바리 챙겨왔는데, 막상 병원에서는 보호자 면회를 철저히 제한하더라구요. 오후 7시 이후면 모든 보호자 출입금지. 어린아이는 아예 병실 출입금지.. 간병인도 필요없고 외부 음식물도 반입금지.

이게 처음에는 프랑스가 되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보호자 입장에서나 환자입장에서나 너무나도 편한 거더라구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간병 수고 없이 일상생활 할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는 밤되면 같이 입원한 다른 한명 환자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병원이 소란스럽지 않아서 편히 쉴수있고.. 그래서 거의 대부분은 이어폰 끼고 유투브 보면서 지냈던것 같아요.

환자한테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병원이 다 책임져야하니 철저하게 막는 것 같더라고요.

병원밥은 바로 다음날부터 바게트에 커피에 버터 치즈 이런게 나와서 조금 힘들긴 했는데 .. 뭔가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퇴원날도 그냥 무슨 수속 없이 옷갈아입고 그냥 집에왔는데, 뭐지 수속을 잊어버렸나?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집에 우편하나 날라오더라고요 이틀 입원에 거의 5백만원 나왔는데 학생신분으로 왔으니까 기본국가보험("세큐"라고 해요) 나중에 가입될거 소급적용되어서 80%는 커버됐고 나머지 20%는 사보험에서 처리될테니 학교측에 문의하라고..

그래서 나중에 학교에 물어보니 학생 사보험("뮤츄엘"이라고 해요) 가입 지금이라도 하면 소급해서 적용시켜줄 수 있으니 보험료만 1년에 돈십만원정도 하는거 내면 된다고해서, 어이쿠 감사합니다 하고 보험들고 전부 보험처리 했습니다.


당시에 석사 인턴도 막 시작하던 참이었는데, 덕분에 병가로 푹 쉬었죠.. 게임도하고 영화도 보고...

보통 충수염 수술하면 기본적으로 3주 병가를 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암튼.. 프랑스 병원가기 불편하다 느리다 하는데 이때 이후로 생각이 싹 바꼈죠..

이제 10년정도 살아보니 대충 정리한바로,

- 외국인 의사가 많은것 보니까 의사수가 부족한것 같긴함.

- 주치의 제도라 전문의 보려면 동네에 내 주치의를 통해야 보험 환급이 풀로됨.

- 와중에 전문의 바로 보고싶으면 몇만원 더 내고 보는건 가능.. 의사 보는건 전부 예약제라 하루이틀 기다리고 운전좀 30분 한다고 치면 대부분 빈자리 있음. 예약은 몇몇 플랫폼들이 있는데 무료이며, 예약 노 쇼가 누적되면 온라인 예약을 못하게 하는 패널티가 있음.

- 너무 응급같으면 구급차 부르거나 동네 종합병원 응급실 가서 대기타면 몇시간정도 기다리면 응급진료가능.

- 원격진료가 잘 되어있어서, 주치의도 웬만한건 원격으로 진료보고 pdf로 처방전 받기도 하고, 약국가면 pdf파일 이메일로 보내면 약국에서 출력해줌. 많은 사보험의 경우 자체 상주 의사로 24시간 연중무휴 원격진료 서비를 해주기도함.

- 처방전 들고 약국가면 급여 약품인 경우 의료보험카드 제시하면 보험에서 바로 결제해줘서 환자가 내는 돈이 없음.

- 전반적으로 젊어서는 병원을 거의 안가는편. 사회적 인식이 감기 정도로는 보통 병원 안감. 타이레놀 먹고 버팀. 기본적으로 자잘한 질병은 주치의 보고 끝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국인 마인드로 이거 뭐 다쳐서 엑스레이도 찍어보고싶고 주치의한테 어필해서 처방전 받아서 2차, 3차 병원가면 사람도 없고 30분정도면 MRI든 X레이든 빨리 찍고 결과가 나오는 편인것 같음. 물론 처방전 있으면 대부분 무료.

- 참고로 주치의 보면 기본 진료시간이 30분정도입니다. 저는 이제 적응이되어서 농담도 주고받고 하면서 그동안 불편했던거 전부 말하고 궁금한거 다 물어보고 하는데, 이걸 또 어색해하시는 한국분들도 계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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