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오후, 그냥 제 이야기를 끄적여 봅니다. 0
안녕하세요.
20대 초반 여성입니다.
2년 넘게 매일 눈팅만 하다가 이제서야 가입하고 첫 글을 적습니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다는 생각에
이렇게라도 커뮤니티에 올려봅니다.
가끔 다 털어놓고 훌훌 일어나고 싶은 날, 그 날이 오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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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그 이후로 정신이 나가셨습니다.
너무 어릴 때라 정신 나간 엄마가 하는 말이 사실인줄 알고 살았고, 그 세상이 전부였어요.
(조현병으로 예상, 강제 입원 불가 및 자발적 진료 거부로 정확한 병명 파악 어려움)
저를 데리고 동반 자살을 하려고도 했었구요.
매일매일 맞고 자랐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어요.
이건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엄마가 저를 때리고 기절할 뻔한 날,
엄마를 처음으로 신고했습니다.
쫓겨났어요.
2천원이 든 교통카드를 들고요.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버렸습니다.
문을 강제개방 할 수도 없어요.
경찰과 함께 가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친구집과 길거리를 배회했습니다.
알바를 하려고 해도 부모님 동의가 필요하다 하고,
주변에는 도움을 구할 어른이 없었어요.
문득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락이 끊긴 친척분입니다.
어릴 적 기억 속에 있는 친척분의 회사명을 떠올려서 전화를 드렸어요.
연락이 닿았고, 너무 감사하게도 제가 청소년쉼터에서 지낼 수 있게끔 도와주셨습니다.
쉼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어요.
20살이 되자 대학에 가고 싶었던 저는 대학을 포기했습니다.
부모님의 동의가 없이는 국가장학금 신청도 할 수 없더라구요.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쉼터에서 나와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계속 일 중입니다.
엄마와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생사조차 알 수 없어요.
제 친구들은 다 대학생입니다.
수강신청, 종강, 개학...
그 어느 대화에도 낄 수 없어요.
가족이 있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들의 평범한 일상들이 제게는 꿈만 같습니다.
점점 친구들과 멀어지고 있어요.
제게도 여유라는 게 생길까요.
의지할 사람이 생기고, 그 곳에 뿌리를 내려 정착할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