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남긴 일본 여행 0
조금 지난 일인데 생각나서 이 글을 쓰네요.
지난달에 제 아들녀석과 한국을 방문했었습니다. 저희는 미국에 살고 있고, 제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쭉 자라왔었습니다.
한국에 친지를 방문중에 아들이 일본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2박3일 여정으로 오사카를 갔었지요.
그런데 일본인 입국심사관때문에 일본은 아마 제 아들에겐 이상하고 기분나쁜 나라로 트라우마를 남길듯 합니다.
입국심사관이 백발의 인상이 강해 보이는 6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분이었는데, 저희 부자를 처음부터 약간 신경질적이게 대했었습니다.
뭐, 하루종일 그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것이 쉬운일이 아닐테고, 사실 미국 입국심사장은 그것보다 더 드라이 하기에 신경쓰이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심사대 유리 앞에는 약간의 선반같은게 있는데, 제 아들이 거기에 팔꿈치를 대고 서 있었습니다.
심사관이 곁눈질로 제 아들을 한 두번 흘겨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제 아들의 팔을 밀쳐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믿기지자 않았었고, 제 아들은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매우 혼란해 했었지요. 사실 이런 일을 미국에서는 당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미국 이민국 심사관도 경찰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 심사관 눈에는 제 아들이 팔꿈치를 선반에 대고 있는것이 예의에 어긋났거나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한것 같았습니다.
저는 심사관에서 "팔꿉치를 댄것이 문제가 되느냐? 말로 해도 우리는 알아듣는다. 그런행동은 불필요하다"고 컴플레인을 했지만, 그 심사관은 매우 기분나쁜표정을 지으며 저희를 노려보았고, 그냥 다시 앉아서 저희 여권을 심사하더라구요.
일단 심사를 마쳐야 겠다는 생각에 저는 분노를 참고 있었고, 제 아들은 옆에서 거의 울상으로 서 있으면서 저에게 작은 말로 "아빠 집에 가고싶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아들에게 "넌 잘못한거 하나도 없으니 걱정마라."하며 안심을 시켰구요.
그 심사관은 저희 여권에 입국 스티커를 붙이고 돌려 주었고, 저는 사실 그냥 조용히 나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심사관이 다시 벌떡 일어서더니 저에게 설교를 하려고 하더라구요. "In Japan, we have a rule..." 이렇게 말을 시작하길래, 저는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서 그곳에서 정말 소리를 지르며 싸웠습니다. (이미 여권은 받았으니 무서울게 없었죠.)
"개소리 하지마라. 무슨 룰? 당신 자녀들 한테나 얘기해라. 너가 한 행동은 엄연한 신체적 폭력이고, 여기가 미국이었으면 난 내 변호사를 통해서 당신 고소했을거다." 등등.. 정말 괴성을 질렀었습니다.
아들이 그런 부당한 일을 당하니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제 괴성에 다른 입국 심사관들도 무슨일인지 다 일어나고, 공항보안원도 오고, 입국 기다리던 사람들은 다 구경하고...
제가 그렇게 강경하게 영어로 쏘아 붙이니 그 사람은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씩씩 거리면서 앉길래, 저도 마지막으로 Fuxx 한번 해주고 입국장을 나갔습니다.
한달이 지났는데, 제 아들은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고 자기에게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다시는 안가고 싶을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아들에게 그 사람 개인이 이상한거지 전체를 미워하지는 마라고 얘기하면서도, 제 마음 속에도 어쩔수 없는 일본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게 된 이상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