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재산세)가 만들어놓은 미국 시카고 교외 집값.jpg 0
미국에 정착해 살면서 바꿔야 했던 가장 큰 생각은, 이곳은 자가주택을 소유하고도 계속 주거비를 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게 뭔말이냐면 내집을 소유하고, 심지어 주담대를 완납한 집에도 한국기준 수도권 준수한 투룸 혹은 그 이상의 월세에 해당하는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이죠. 그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겁나 비싼 보유세(재산세)입니다.
특히 재산세가 비싼 미국의 한 도시를 예를 들어 이렇게 될 경우 주택시장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예시해드리죠. 메트로 인구 천만명에 육박하고 불스와 조던의 도시로 알려진 시카고 교외의 네이퍼빌(Naperville)이라는 도시의 아담한(?) 집입니다. 방 4칸에 화장실 2.5개 2287스퀘어피트니 한국의 “평”으로 환산하면 대략 70평쯤 되겠네요. 전형적이다 못해 흔해빠진 미국의 주택입니다. 이 집이 지금 59만5천불에 가계약 (contingent)이 되었다고 부동산 중개싸이트에 뜹니다. 오늘자 환율로 8억이 약간 못미치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네이퍼빌은 미국에서 살기좋은 도시 전국 조사에서 랭킹 3위안에 들어가는 곳입니다. 공교육, 안전도, 주거환경, 도시접근성 모든 분야에서 미국내 제일 좋은 환경의 도시라는 곳이죠.
70평, 아이들 뛰어놀수 있는 정원딸린 천만메트로 시카고 교외집이 8억.. 싸다구요?
네이퍼빌시가 속한 Dupage 카운티의 후덜덜한 재산세(보유세) 실효세율 보고 가시죠.
무려 2.29%입니다. 즉 저 8억짜리 집을 사면 1년에 보유세로만 1840만원을 내야 한다는 거죠. 여기에 개인이 선택하는 집보험을 (가라지에 전기차에 불이나 홀라당 나무집이 타는 경우) 들면 아마 저 집에 숨만쉬면서 써야할돈이 2천만원이 넘어갈겁니다. 이쯤되면 자가주택이 아니라 월 170만원 임대주택이라 불러야죠. 그런데 저 세율표를 보시면 한가지를 더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Dupage County의 집값 중위값이 31만5천불 즉 한국돈 5억이 안된다는 거죠. 미국 GDP 생각하면 이건 정말 "싼" 주택가격이죠.
그럼 이걸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에서 왜 하겠습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미국에서 speculation이라 부르는 투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철학자 정치학자도 아니지만 고대부터 인류가 금융자본 부동산에 대해서는 탐욕 of 탐욕을 부려왔다고 믿는 1인으로 이 보유세 정책 지지합니다. 저거 없었으면 저 네이퍼빌이라는 도시의 집값은 지금보다 최소 2배는 높아졌을거에요.
전 한국에서도 이런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차피 부동산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정책은 없을겁니다. 그리고 보유세가 2.3%가 아니라 1%만 되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좌파세금폭탄정책”의 “서민 주거권 침탈”, “집한채만 있는 노인들 거리로 내쫓는다”는등 할수 있는 모든 마타도어를 할겁니다.
근데요, 만일 어떤 정당이 정권연장이나 수권을 포기하고 이걸 3-4년 로드맵(점진적으로 보유세를 1%정도로 올리는 것)을 가지고 밀어부치면 (1) 이제 그 실효를 다한 전세가 사라질 것이고 (2) 월세가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결국 집가격의 절대값이 확 떨어져 사람들의 소득수준에 맞춰진 월세시장이 형성될 겁니다.
사실 소위 상승론자로 불리는 보수적인 부동산평론가들도 보유세강화에 찬성하는 사람들 있어요. 근데 그분들도 한국에서 이거 절대 못할것을 알기에 립서비스만 그리 하는 거죠. 아마 이거 하면 이미 집가진 민주당/진보세력 지지자들도 반대하는 사람 꽤 될겁니다. 내 쌩돈 나가는 일이니까요. 근데 부동산 시장을 그냥 지금처럼 두면 결국 더 많이 고통받는다는 걸 생각해봐야죠.
뱀말) 이런말 하면 한국은 취등록세 양도세가 너무 높다며 반론 펴시는 분들 여럿 봤습니다. 보유세를 1%로 할거면 취등록세 양도세도 로드맵을 가지고 지금보다 훨씬 낮춰야죠. 전 보유세도 높으면서 취등록세도 현재수준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펴는 게 아닙니다. 1억짜리 집이나 100억짜리 펜트하우스에 모두 동일한 요율의 보유세를 내게 하자는 겁니다. 그래야만 재산세를 "부자세금"이라고 덧칠하는 보수언론도 할말이 없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