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판에 처음 글을 써보는데, 결시친이 화력이 좋다고 해서 톡 주제에 맞진 않지만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제가 여태 해외에 자주 다니면서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국내 항공사인 아시아나에서 이런 일을 당하고 컴플레인 후에도 안일하고 알량한 사과 아닌 사과를 받을 줄 몰랐어요... 제가 따로 SNS도 안 하고 어디 호소 할 곳이 없어 이렇게 글 올리니 다들 꼭 한 번 읽어주세요...
저는 6월 11일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출발해 시애틀 터코마 공항에서 4시간 경유를 하고 인천 국제 공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는데요. 사건의 발달은 에어 캐나다 항공편이 항공기 결함으로 5시간 가까이 지연 되어 연결 편인 인천 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놓친 곳에서부터 시작 했습니다. 요즘 성수기이기도 하고 에어 캐나다야 워낙 지연이 자주 되는 편이니 그러려니 했는데요, 그 이후에 새로 항공권을 예약해주는 과정에서 2시간 이상 걸린 점, 짐을 다음 날 연결 편 항공에 실어둬서 한참 찾은 일, 이후 호텔에서도 에어 캐나다가 준 바우처를 거부하는 등 갖은 고생을 해서 겨우 겨우 13일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다시 잡았습니다. 심지어 다음 날인 12일 같은 노선 비행기에 비지니스석 밖에 안 남았다고 이틀 후인 비행기를 잡아줬습니다. (솔직히 이것도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비지니스가 비어있음에도 안 태워준다는게요..)
그래서 저는 제 일정이 전부 늦어지고, 애초에 미국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으니 충전기도 긴팔 입을 옷도 하나도 없이 시애틀에서 하루를 보내고 13일 오전에 인천 행 비행기를 타려고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시애틀에서 이틀이나 머무르게 되어서 여분으로 챙겨온 항우울제, 수면제, 항불안제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피곤한 여정에 에어 캐나다의 업무 미숙으로 온갖 고초를 겪고 녹초가 된 상황이라, 시애틀 터코마 공항의 현지인 크루에게 체크인 하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비지니스 업그레이드 가능한가 물어봤습니다. 스탠바이 업그레이드라도 가능하면 신청 할 생각으로요. 영어로 한참 설명하고 있었고 안된다는 말만 반복하여 한국인 크루에게 다시 물어봤지만 스탠바이 업그레이드 불가능하며 추가금으로 1000불 이상, 마일리지도 노선 하나 이용할 만큼 든다고 하여 결국 그만뒀습니다. 제가 이 항공편을 아시아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했고, 공동운항이면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처를 해주지 않는 게 매우 불만족스러워서 약 없이 비행하는데 어느 정도 편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느냐,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도 없었고 약을 안 가져온 게 제 부주의도 아닌데, 이러다 비행하다 패닉이 오면 어떡하냐고 따졌더니 패닉이 공황을 의미하는 거냐고 되묻기에 제가 심한 건 아니고 조금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항불안제를 먹기도 했고, 해외 정신과에서 진단 받은 것이었으며, 영어권에서 오래 살다보니 패닉의 한국어 동의어가 공황이라는 생각에 그렇다고 대답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황으로 진단을 받은 적은 없었고, 단순히 우울증 증상에 불안, 패닉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제 소통 미숙으로 생긴 일이긴 하지만, 이에 대해 아시아나 항공은 공황이 있으면 약이나 닥터 사인 없이는 비행 할 수 없다며 제 탑승을 거부했습니다. 이런 항공사의 판단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조치인데,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제 잘못이 아닌 공동 운항사의 지연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인데 왜 제가 탑승 거부를 당해야 하나 입니다. 제가 크루에게 보딩까지 4시간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어디서 약이나 닥터 사인을 받으며, 여행자 보험도 없이 시애틀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전 진료 기록이나 아무런 서류 없이 정신과 진단을 받는다는 건 비용이 어마무시 할텐데 이 부분은 어떡할 것이냐 물었더니 그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며, 그 과정에서 항공편을 놓친다 해도 다시 부킹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졸지에 미국에서 탑승 거부를 당하고 집으로 못 돌아오는 상황에, 숙소도, 비행기도, 처방도 온전히 제가 부담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이런 천청병력 같은 소리를 듣게 돼 눈물이 나는 걸 멈출 수 없었는데, 이를 본 아시아나 한국인 크루가 (아까 언급한 한국인 크루가 아닌 검은 정장을 입은 단발의 팀장급으로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상태 보니 약 먹어야겠는데?라며 제가 다 듣는 앞에서 저를 마치 액팅 아웃을 하는 정신에 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저는 이 모독을 견딜 수가 없었고 다른 항공사도 아닌 아시아나 항공사에서 이런 취급을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신 질환에 대한 혐오는 물론, 다른 곳도 아닌 시민권도 없는 미국에 떨어져 집에 못 갈 상황에 처한 상황이면 누구든 저처럼 패닉하고 울 수 있는 상황 아닙니까? 그리고 제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일이 아님에도 제가 왜 이런 수모를 견뎌야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결국 제가 공황으로 진단 받은 것이 아님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야 기내에서 응급상황(공황발작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한)에 대해서 아시아나의 책임은 없으며, 저로 인해 회항 하게 될 시 모든 손해배상은 제 책임이 된다는 각서에 사인하고서야 비행기에 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병력 때문에 제 잘못도 아닌 일에 엄청난 금전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타야 했고요. 이후 아시아나 데이터 베이스에 제 병력이 기록으로 남는가 물어봤지만 그 팀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물론 앞선 발언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고요.
저 크루가 한 말이 단순히 적절하지 못한 고객 응대 수준인가요? 이게 어떻게 제대로 된 사과인가요? 제가 괜히 진상 부리는 것도 아니고, 공황 장애에 대해 닥터 사인을 요구하는 아시아나의 대처를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아시아나의 긴급 상황에 대한 미흡한 처리와 대응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는 것이 너무 화나며, 저에 대한 모욕에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북미의 어느 항공사 규정을 찾아봐도 탑승 거부에 대한 보상은 지연 보상보다 크게 보상하고 있으며, 탑승 거부는 적법한 서류를 구비하고 제 시간에 보딩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로 탑승을 거부 당했을 때를 말하는데, 누가봐도 명백한 탑승 거부를 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무런 보상도 없다고 말한 게 제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고요. 그리고 연결편 지연으로 인한 상비약이 없는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돌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처 프로세스가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이런 대책도 원칙도 예의도 없는 항공사에게 어떻게 제 안전을 맡기고 비행합니까? 저와 같은 상황에서 이런 아시아나의 안일한 대응과 크루의 모욕을 들으면 정말 위급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질 제 친구들을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저 말고도 성수기에 비행하시는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시아나의 미흡한 체계와 대응이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