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서 이런 고민 꺼내는 거 처음인데 친구들한테만 물어보기보다 불특정다수에게 물어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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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노
24/07/08 11:14:01
24/07/08 11: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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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이런 고민 꺼내는 거 처음인데 친구들한테만 물어보기보다 불특정다수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ㅎㅎ 글이 좀 깁니다. 그래서 웃기지만 챕터를 좀 매길게요.
1. 배경
저는 24살 대학생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친할머니를 제외한 친가 친지분들과 연락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도 단절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다 고3 때 그쪽에서 할머니 유산 분할 문제 때문에 저를 찾아내신 걸 계기로 1년에 적으면 한두 번, 많으면 서너 번씩 얼굴 뵙고 밥 먹고 지방에 있는 큰집에서 자기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왔어요. 제가 고향 친구들이랑 삼총사라, 갈 때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친구집에서 하루 이틀씩 셋이서 잤었거든요? 큰아버지가 그건 실례라면서 한사코 큰집에서 자라고 하시는 바람에 패턴이 조금씩 바뀌어갔어요.
근 20년만에 뵀을 때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당신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하라고 했지만 저도 제 주제를 알았죠. 조카가 친자식이 될 수 없단 걸 아니까 선을 지키려고 했어요. 부담스러우시지 않게. 그래서 늘 갈 때마다 꼭 서울에서만 살 수 있는 간식 같은 걸 명절 세트로 사갔어요. 제가 그 집에 잠시 머무는 대가처럼요. 감사하기도 하니까요.
명절이 아닌 때에만 큰집에 가다가 팬데믹이 끝날 무렵부터는 명절에만 가기 시작했어요. 그 때 친척들이 모이기도 좋고, 저도 복작복작한 명절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명절 잔소리 남들은 듣기 싫다지만 전 마냥 재밌고 좋았어요. 제가 내려가는 일정에 맞춰서 집안 모임이 열리는 관례 비슷한 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2. 사건 발생
그러다 이번 설날에 큰집에 갔는데, 좀 길게 있게 됐어요. 기차 예매가 잘 안 돼서 나흘인가 닷새인가 머물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길긴 했어요. 매번 머무는 동안은 큰어머니가 하지 말라셔도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최근에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더 열심히 했어요. 제가 가서 친자식들처럼 대판 누워 있지는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일은 설날 전날, 내려간 지 이튿날 되는 아침에 터졌습니다. 저는 거실, 그분은 안방에 계셨는데 카톡을 보내셨어요. 이제 집에 안 왔으면 한다, 고향 와도 큰아버지도 바깥 식당에서 밥 먹는 선에서 끝내라, 명절에 오니 사촌들도 불편해하고, 네 얼굴 보기 힘들다, 이제 어른이면 가정사 극복할 때가 됐다, 내가 아파서 그렇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톡이 온 직후에 큰아버지가 거실로 들어오셨는데 저는 눈물이 자꾸 나서 집 밖에서 한참 울다 들어갔어요. 근데 계속 비슷한 내용으로 카톡이 오더라고요. 빨리 서울로 돌아갔음 한다는 말도 하셨어요.
고향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바로 올라가진 못하고 그 날로부터 이틀 있다가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어요.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은 가끔씩 그 카톡이 생각나서 힘들더라고요.
3. 고민 시작
오늘 큰아버지랑 통화했어요. 가끔 안부 전화드렸거든요. 그때도 지금도 큰어머니랑 저 사이에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시는 눈치더라고요. 이번 여름에 내려오면 다같이 모여서(고모, 사촌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밥 먹자 하셔서 이번에 바빠서 못 내려갈 수도 있다는 식으로 둘러댔어요.
고모랑 사촌들이 저 언제 내려가는지 자꾸 물어보신다네요. 그래야 일정을 맞추니까요. 제가 솔직하게 말할 입장도 아니고(가정 불화 일으키긴 싫어요), 그렇다고 아예 연락을 끊을 수도 없고요.
만약 두 눈 꼭 감고 내려간다고 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큰어머니랑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불편할 거란 건 안 봐도 뻔하니까요.
큰아버지와 밖에서 따로 만나는 것도 큰아버지 성격상 의아해하실 것 같아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꼬치꼬치 캐물으실(?) 것 같달까요. 이해 안 되는 건 그냥 넘길 수 없는 집념이 있으신 분이라.. 다른 친척분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같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 배경
저는 24살 대학생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친할머니를 제외한 친가 친지분들과 연락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도 단절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다 고3 때 그쪽에서 할머니 유산 분할 문제 때문에 저를 찾아내신 걸 계기로 1년에 적으면 한두 번, 많으면 서너 번씩 얼굴 뵙고 밥 먹고 지방에 있는 큰집에서 자기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왔어요. 제가 고향 친구들이랑 삼총사라, 갈 때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친구집에서 하루 이틀씩 셋이서 잤었거든요? 큰아버지가 그건 실례라면서 한사코 큰집에서 자라고 하시는 바람에 패턴이 조금씩 바뀌어갔어요.
근 20년만에 뵀을 때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당신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하라고 했지만 저도 제 주제를 알았죠. 조카가 친자식이 될 수 없단 걸 아니까 선을 지키려고 했어요. 부담스러우시지 않게. 그래서 늘 갈 때마다 꼭 서울에서만 살 수 있는 간식 같은 걸 명절 세트로 사갔어요. 제가 그 집에 잠시 머무는 대가처럼요. 감사하기도 하니까요.
명절이 아닌 때에만 큰집에 가다가 팬데믹이 끝날 무렵부터는 명절에만 가기 시작했어요. 그 때 친척들이 모이기도 좋고, 저도 복작복작한 명절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명절 잔소리 남들은 듣기 싫다지만 전 마냥 재밌고 좋았어요. 제가 내려가는 일정에 맞춰서 집안 모임이 열리는 관례 비슷한 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2. 사건 발생
그러다 이번 설날에 큰집에 갔는데, 좀 길게 있게 됐어요. 기차 예매가 잘 안 돼서 나흘인가 닷새인가 머물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길긴 했어요. 매번 머무는 동안은 큰어머니가 하지 말라셔도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최근에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더 열심히 했어요. 제가 가서 친자식들처럼 대판 누워 있지는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일은 설날 전날, 내려간 지 이튿날 되는 아침에 터졌습니다. 저는 거실, 그분은 안방에 계셨는데 카톡을 보내셨어요. 이제 집에 안 왔으면 한다, 고향 와도 큰아버지도 바깥 식당에서 밥 먹는 선에서 끝내라, 명절에 오니 사촌들도 불편해하고, 네 얼굴 보기 힘들다, 이제 어른이면 가정사 극복할 때가 됐다, 내가 아파서 그렇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톡이 온 직후에 큰아버지가 거실로 들어오셨는데 저는 눈물이 자꾸 나서 집 밖에서 한참 울다 들어갔어요. 근데 계속 비슷한 내용으로 카톡이 오더라고요. 빨리 서울로 돌아갔음 한다는 말도 하셨어요.
고향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바로 올라가진 못하고 그 날로부터 이틀 있다가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어요.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은 가끔씩 그 카톡이 생각나서 힘들더라고요.
3. 고민 시작
오늘 큰아버지랑 통화했어요. 가끔 안부 전화드렸거든요. 그때도 지금도 큰어머니랑 저 사이에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시는 눈치더라고요. 이번 여름에 내려오면 다같이 모여서(고모, 사촌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밥 먹자 하셔서 이번에 바빠서 못 내려갈 수도 있다는 식으로 둘러댔어요.
고모랑 사촌들이 저 언제 내려가는지 자꾸 물어보신다네요. 그래야 일정을 맞추니까요. 제가 솔직하게 말할 입장도 아니고(가정 불화 일으키긴 싫어요), 그렇다고 아예 연락을 끊을 수도 없고요.
만약 두 눈 꼭 감고 내려간다고 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큰어머니랑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불편할 거란 건 안 봐도 뻔하니까요.
큰아버지와 밖에서 따로 만나는 것도 큰아버지 성격상 의아해하실 것 같아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꼬치꼬치 캐물으실(?) 것 같달까요. 이해 안 되는 건 그냥 넘길 수 없는 집념이 있으신 분이라.. 다른 친척분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같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