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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사건에서 아직 걸리는 부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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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8 03:48:02 24/02/18 03:48:02 15,917
 (14.♡.194.130)

법원 1심 판결과 어제 주호민씨 방송으로 클리앙에서 이 사건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어제 밤새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법원 판결과 주호민씨 주장을 수긍하는 분들 중에서도 "이제 앞으로 특수교사는 몰카 위협에 시달리며 위축될 거고, 특수교육은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일단 이 사건은 주호민씨 부부가 뭘 해서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특수교사가 자폐 아동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해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따라서 주호민씨가 아들 몸에 녹음기를 달았든 안 달았든 특수교사의 잘못 여부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특수교사가 "위축"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특수교사가 "당당"하게 일한다는 말에는 이번 특수교사처럼 학생에게 폭언을 해도 제재받지 않는다는 당당함까지 포함된 일일까요?

이게 수술실에 CCTV 달면 적극적인 의료 행위가 불가능할 거라고 하는 의사들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설치하고 자의적 편집이 가능한 녹화/녹취 기구에 자신이 노출되고, 그에 따라 판단받는 것이 기분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때문에 "비장애 아동"의 몰래 녹화/녹취에 대해서는 법원이 불법이라 판결한 걸 거고요.

그렇다면 더더욱 교실 내에 공식적으로 CCTV를 달 것을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수업하려면 말이죠.


수업 중 발생한 교사 폭언 사건이 당사자의 중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결말로 간 이유는,

사건을아예 외면해 버린 교장, 학부모가 신고밖에 할 수 없도록 몰아간 교육청, 사실을 자극적으로 왜곡해서 선동한 언론 때문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학부모의 녹취 시도가 특수교육을 위축시킨다 해도, 그 해결 방법은 학부모 녹취를 막는 게 아니라,

위와 같이 사안을 극단적으로 만든 교육 제도와 언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닐까요?


주호민씨 부부는 특수교육이 위축될 가능성에 책임감을 느껴야 할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왜 "피해자"인 학부모 개인에게 부당하게 책임감을 전가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성범죄를 당한 여성이 신고해서 소문이 퍼지자, 해당 팀 사람들이 "왜 좋게좋게 해결할 수 있는 걸 까발려서 팀 망신을 시키냐, 이제 낯 뜨거워서 다른 팀 찾아가지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맞는 걸까요?


제 과거 글에서도 썼듯이 이번 사건은 열악하다 못해 처참한 특수교육 환경에서 벌어진 을대을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주호민이 특수교육 위축시킨다" 식으로 개인에게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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