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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경제학적 이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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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8 05:05:02 24/02/18 05:05:02 2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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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초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 이후 비트코인이 엄청난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경제학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화폐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고등학교 경제에서 가르치는 화폐의 3가지 기능입니다.



위처럼 화폐는 교환매개, 회계단위, 가치저장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1875년에 주창된 구식의 정의입니다. William Stanley Jevons라는 영국의 학자가 처음으로 화폐의 기능을 확립했는데, 이 당시 전세계 화폐제도는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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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본위제도에서는 은행이 보유한 금을 담보로 화폐가 발행됩니다. 은행에 화폐를 주고 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죠. 따라서 화폐의 가치저장 기능이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용화폐 시대입니다. 신용화폐 시대에서는 화폐가 정부의 국채(빚)를 담보로 발행됩니다. 다음은 달러를 발행하는 기관인 미 연준의 대차대조표 자산항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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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조달러 중 재무부 증권이 4.6조달러로 60%, MBS가 2.4조달러로 30%가량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미 정부의 빚을 6000조원 가량 들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으로 연준 재무재표의 부채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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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부채항목은 유통화폐, 지급준비금, 정부예금, 기타 유동성 흡수수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특히 유통화폐와 지급준비금이 화폐발행으로 직접 이어지죠.


과거 중앙은행은 자체 보유 금을 토대로 화폐를 발행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바탕으로 화폐가 발행됩니다. 국채는 정부의 빚입니다. 또한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화폐발행액은 부채입니다. 빚으로 빚을 내는 이상한 체계가 지금의 신용화폐 시스템인 것입니다. 신용화폐가 자리잡으면서 금본위 시대였다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대표적으로 끝없는 적자재정입니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대차대조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정부의 부채로 귀결됩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자산은 무엇인가요? 행정 권력 그 자체일까요? 세금 수취권인가요? 아니면 대외 국력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신용화폐 체계에서는 나라가 망하면 그 나라의 화폐는 쓰레기가 된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미국 달러도 예외가 아닙니다. 달러를 쓰레기로 만드는 방법은 미국을 망하게 하던가 달러를 결제수요 이상으로 무진장 찍어내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만들면 됩니다.


08년 QE를 바탕으로 시작된 전세계적 양적완화, 20년도 재난지원금 지급이 바로 달러를 망하게 하는 두 번째 방법, 하이퍼인플레이션입니다. 미국 정부와 연준이 화폐를 엄청나게 찍어내어 물건과 자산가격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이후 경제는 실물자산을 사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시대가 되버렸죠. 달러로 가치를 저장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실질금리가 (-)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돈으로만 갖고 있으면 오히려 부가 삭제되는 것이 양적완화 이후의 경제입니다. 이것은 금본위 시대에 정의된 화폐의 기능 중 '가치저장'과 완전히 모순되는 결과죠. 또한 양적완화를 계기로 화폐가 너무 많이 풀렸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부를 유지할 새로운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비트코인이 탄생합니다.


금본위 시대의 화폐와 신용화폐 시대의 화폐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달러는 교환 매개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이 국력을 바탕으로 온갖 국제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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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를 결제통화로 이해하신다면 비트코인이 왜 화폐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교환을 익명으로 매개할 수 있어, 어둠의 집단에서는 이미 일반적 수용성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게 비트코인의 온체인 데이터와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상승이죠.




비트코인이 절대로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딱딱한 사고입니다. 비트코인만을 위한 화폐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합니다.



마약거래에 비트코인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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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비트코인이 교환 매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일반적 수용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달러를 결제통화라고 받아들이면, 비트코인 또한 화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절대로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딱딱한 사고입니다. 비트코인을 정당화할 수 있는 새로운 화폐의 정의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우면 금본위화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혼돈스러우면 신용화폐가 필요합니다. 내 부가 언제 털릴 지 모르는 혼돈의 시기에는 가치의 담보가 중요하므로 금본위 화폐가 필요하지만, 평화의 시대엔 경제성장이 필요하므로 그 발행량을 맘껏 정할 수 있는 신용화폐가 필요하죠. 2차대전이 끝난 후 80년 가까이 세상에 평화가 유지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용화폐제도는 끊임없이 발전합니다.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정부 마음대로 발행되는 화폐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옵니다. 이러한 점에서 비트코인의 탄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가 그렇게 비트코인을 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화폐주조차익(시뇨리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뇨리지는 화폐시뇨리지와 기회비용시뇨리지로 나뉩니다. 화폐시뇨리지란 화폐를 종이쪼가리로 찍어내는 대가로 받는 시뇨리지를 말합니다. 한국은행이 1,000원의 화폐를 발행했다고 합시다. 이때 종이쪼가리의 원가를 100원이라고 하면, 한국은행은 1,000원을 찍어내어 900원의 이익을 가져갑니다. 이 900원이 화폐시뇨리지입니다. 다음은 미 달러의 화폐시뇨리지입니다.


다음은 기회비용시뇨리지입니다. 위에서 중앙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화폐는 그 자체로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고, 계좌에 보관하거나 다른 채권으로 바꾸어야 이자가 발생하죠. 이 이자가 화폐 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입니다. 중앙은행은 화폐를 찍어내어 해당량만큼의 국채를 보유하고 국채이자를 먹습니다. 이 이자 부분이 기회비용시뇨리지입니다.


은행은 이자가 붙지 않는 종이쪼가리 화폐를 받습니다. 이를 민간에 대출해주고 이자장사를 하죠. 여기서 창출되는 화폐를 민간통화라고 일컬으며, 민간은행 또한 기회비용시뇨리지는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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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각종 금융기관이 시뇨리지를 먹고 사는 기관이라고 이해하면, 비트코인의 등장은 이들의 시뇨리지를 뺏어먹는 경쟁자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시뇨리지는 작업증명을 통한 채굴보상과 거래수수료 - 작업비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 금융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는 민간이 시뇨리지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달러의 결제통화 역할을 침식할수록, 달러의 시뇨리지는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부상이야말로 미 연준의 최대 고민거리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시뇨리지 전쟁이라는 배경을 알고 계신다면, 현재 왜 너도나도 CBDC를 발행하려는지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기축통화국을 제외한 전세계는 달러본위제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외환보유고 없이 원화를 함부로 발행하지 못합니다. 이를 어겼다가 쓴맛을 본 사례가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입니다. 최근에는 터키와 아르헨티나가 달러 없이 화폐발행을 시도했다가 고인플레이션으로 맛탱이가 가고 있습니다.



시뇨리지 패권 관점에서는 미국에 깝쳤다가 한 방 먹은 것이죠.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와 BRICs통화 등도 시뇨리지 전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등 움직임을 보면, 비트코인 죽이기는 포기하고 가상화폐와 달러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현물ETF 상장으로 미국 연기금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근거는 완성됐습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어둠의 세계, 그리고 비트코인으로 혁신을 만드려는 집단에 의해 지지됩니다. 비트코인 현물ETF로 인해 지하경제의 가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 파이를 일반 사회가 조금 나눠먹을 수 있게 됐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주의할 점은, 위의 장황한 이야기들조차 그저 말이 되보이는 논리들을 갖다 붙인 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 합리화될 때가 버블의 마지막 단계죠. 제 주장에 명확한 이론과 근거도 없고, 이를 반박할 논리조차 아직 제대로 잡혀 있지 않습니다. 원래 경제학이라는 게 그런 학문입니다. 경제학의 발전 과정을 한줄로 요약하면 그때그때 다르다입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배우는 경제학 교과서는 금본위제도 하에서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교과서는 낡았습니다. 50년 전 이론으로는 지금의 경제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옛날 것을 경 읽듯 외우고 있죠. 경제학 공부해도 주식 못한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아직도 대다수 대학에서 공부되고 있는 정운찬·김홍범 저 화폐금융론입니다. 이 책에서는 아직도 화폐수량설의 유통방정식 MV=PQ를 진리마냥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금융혁신과 그림자금융의 대두로 쓰레기 이론이 되어버렸습니다. 현재 경제를 전혀 설명하지 못합니다. 인플레이션이 화폐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2008년 이전에 비해 화폐(M)는 10배 이상 찍어냈으나 물가(P)는 그보다 훨씬 적게 오른 것이 대표적이죠. 이 공식은 금본위시스템 하에서 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방정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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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제학과생들은 유통방정식에 흠뻑 빠져 인플레이션이 순전히 화폐적 현상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다닙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성리학만 공부했다고 비판할 게 아닙니다. 많은 경제학도들이 오래된 책을 외우고 경제 관료의 길을 걸으며, 균형재정이 반드시 옳다는 등의 아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경책 외우고 대통령 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출처: 서강대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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