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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림동 등산로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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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20 02:17:01 24/02/20 02:17:01 15,712
 (14.♡.194.130)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하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긴 글이 될거같은데,, 동생 순직절차때문에 오늘 서울올라왔는데,,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약간의 관종끼를 발휘해서 써볼까 합니다

작년 8월 17일,, 저는 부산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어요,,

직업이 보컬트레이너라,, 경력도 나름 10년이 넘어서고하니,,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하루에 수업도 10타임씩 하고, 학원개업준비에 설레고,,자동차도 바꿀 생각에 하루하루 행복했죠

근데 저녁 6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피해자당담 경찰관이라고 소개하시면서..

제 동생이 관악산 둘레길에서 강간을 당하고,지금 뇌사상태라고..

당연히 믿지 않았습니다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명함을 문자로 보내봐라 했더니

진짜더군요,,

순간 머리속이 하얘졌습니다

심지어 오전에 뉴스도 봤습니다

그땐 그냥 피해자신상이 “30대 여성” 이어서,,

아이고.. 얼마전에 신림동 칼부림이 있었는데..

하고 말았습니다,,그런데 그게 제 동생 일이라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운전해서 갔습니다,,

도착하니 새벽이었는데..

어머니랑 둘이 별일 아닌데 뉴스에서 크게 말한거겠지..

하면서 서로 위로하며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담당선생님께서,, 임종면회를 해야할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미 병원에 왔을때부터 심정지가 40분가량 진행되어 손을 쓸수 없는 상태였다고..

사고나기 2주전에도,, 방학이라 부산내려와서 셋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했는데,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본 동생의 모습은..

온몸이 긁힌 상처투성이었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동생은 이틀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렸어요

서울 올라가자마자 일주일도 안되어 동생 장례식까지 치루고나니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그때까진 가해자고 나발이고 신경쓸 겨를이 없었어요

어머니가 정말 산송장이셨거든요,,

22년도에 폐암으로 아버지 돌아가시고..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차려야겠다 싶었습니다.

거제도 선산 아버지 옆자리에 동생을 묻어주고 부산집으로 돌아오니,,그제서야 가해자 생각이 나더군요

어떤놈일까 싶어서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장례식 직전에도 경찰에 진술하러 가서 그놈 사진과 영상을 보긴했지만.. 그냥 진짜 바보같더라구요 그놈은

그런놈에게 제 동생이 당했다니,,

20살때 군대에서 총기들고 탈영하고,,강제전역 후 10년간 아르바이트 한번 안해보고 집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하루종일 하는 그런..

제 동생은,, 20살때 서울교대 합격후 15년을…

첫 자취방 보증금 말고는 집에 손한번 벌리지 않은 착한딸이고 동생이었습니다,, 장례식 때도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님들이 와주실 정도로 사회생활도 곧잘 했구요

어떻게 이렇게 극과극의 인간이 제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는지..정말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공소장에는 동생이 그놈에게

“선생님 왜이러세요 진정하세요, 없던 일로 할테니 돌아가요”

달래고 회유까지 했더라구요

그런데도 그 나쁜놈은 동생 다리뼈를 부러뜨리고

가파른길로 밀어 목을 졸라 죽였습니다

심지어 부검결과 나오기전까진 목조른것도 이야기 안했더라구요 참나..

검사님은 사형구형 해주셨지만,, 역시나 판결은 무기징역이더군요.. 그런데도 그놈은 억울하다고 현재 항소한 상태입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리고 작년 8월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일을 멈출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밖에를 못나가세요

그런데 가해자 가족은 저희에게 사과한마디 없고, 이사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하더라구요

피해자 가족은 죽지못해 사는데,, 정말 이게 맞는걸까요,,

저도 사람이다보니 참.. 몇개월을 집에만 어머니와 있다보니,, 할게 유튜브 넷플 보거나, 클리앙 밖에 없어서

익명아이디에 숨어 아무일 없는척, 차량 계약한것도 올리고, 사용기도 쓰고,인터넷쇼핑도 하고, 그렇게 살았던거 같아요,,

사용기게시판에 2달간 서울출장이라고 했지만,, 사실 어머니와 공판 참여 때문이었어요,, 이제생각해보니 민망하네요;;

클리앙에 글 쓰면서도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클리앙에 댓글이라도 안달면,,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친구나 지인만나면 어차피

저도 울기만 하니까,,차라리 이럴땐 익명뒤에 숨어서

괜찮은척 하는게 낫겠다..싶어서 ㅠ


“여자혼자 그시간에 뭐하러 운동하러 갔냐”

“이래서 성매매 합법화 하는게낫다”

등등 미친 댓글들을 보고 제정신으로 살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ㅜ 

제동생은 학교에서 체육부장 보직이었고,, 방학때 공문으로도 남겨져있는 교내탁구연수를 위해 출근중에

그렇게 되었는데..

울다웃다 참..미친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울다웃다의 지옥에서 웃음을 줬던 곳은 바로 클리앙이에요,,시시콜콜한 일상부터 새로운 소식들까지,,

예전부터 클리앙은 저에게 많은 정보와 조언을 주었던 고마운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염치없지만 클리앙 선배분들께 위로도 받고싶고 해서 글한번 써봅니다,,

어떻게보면 이제 동생 신변정리의 마지막 절차인셈인데,

이번주 수요일이 동생 순직심사에요,,그때 서이초 선생님도 같이 심사한다 하더라구요,,

방학중 연수출근하다 사고를 당한 제 동생이나, 서이초 선생님이나, 두 사람 모두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어머니를 고모님께 부탁드리고, 혼자 서울에 변호사 만나러 와서 숙소에 혼자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동생사건 이후로 저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나봐요

마지막으로,, 저는 사실 정치같은거 잘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연락주시고, 탄원서 등 제출해주시는

민주당 의원님들 너무 고맙습니다.

(혹시몰라서 의원님들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동생이 하늘에선 아버지랑 편히 지냈으면 좋겠네요 ㅜ 

글을 두서없이 써서 죄송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모두 평안한 밤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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