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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제도 밤에 수술한 외과 의사다. (블라인드3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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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20 23:33:02 24/02/20 23:33:02 22,652
 (14.♡.194.130)

응 사람들이 얘기하는 "필수과" 의사야. 대학병원 주니어 교수고. 흉부외과를 하고 있어.

어젠 너무 급한사람이 있어서 수술했어.

정규수술들은 미루고 있어. 환자/보호자한테 진심 너무 미안하지.

그래도 환자들 차트다보면서 너무 미뤄지면안될것같은 사람들은 진행하기로 했어. 내가 당직해서라도. 다른병원/진료과도 다 이렇게 하더라.

읽다가 아 얘도 "one of them"이라고 할까봐.

미리 앞서 말하지만 난 의사들도 반성해야할부분이 있다고 봐.

성추행, 대리수술, 용납안되지. 극소수이더라도 우리직업으로서는 절대 용납하면안되고, 의사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이들 잘라달라고 했었어야해.

비보험장사, 과잉진료, 이번정부에서 방향제시한건 나쁘지는 않다고 보는부분도 있어. 문제 있어.

이번에 전공의들이 파업하는것에 대하여 찬성하느냐? 글쎄. 파업은 좋지 않지. 특히 우리 직업에 있어서는.

먼저 단체시위라던지 다른 방법을 택하는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의사라는 집단이 솔직히 이공계애들이고 병원밖에 몰라서 세상물정 잘 모르기도 해. 특히 전공의 후배들은.

의사단체들도 지금 하는거 보면 너무 바보같아. "의대증원반대" 이렇게만 외치는것처럼 들리게하는게 나는 너무 답답해.

의대증원? 필요할수있어. 내가 보건행정전문가는 아니지만.

근데. 의사들이 주장하는게 뭐냐면. n수를 늘려봤자 틀이 잘못되었다. 틀을 고치자! 이거거든.

밥그릇싸움? 일부분 있겠지. 인정. 근데 오해안했으면 좋겠는건.

내년에 의대생 뽑아서 나랑 경쟁할때까지 20년정도 걸릴거야.

나랑상관없어. 그렇다고 내가 내 20년후에 후배들 밥그릇까지 걱정할정도의 카르텔이 아니야 우리는.

근데 난 이번 정책 필사반대야.

왜냐고?

이건 누가봐도 쇼야.

수가개선이 해결책인걸 정부는 당연히 알고있어.

하지만 이렇게 하면 본인부담금, 건강보험 등등이 올라가니까 비열한방법을 택한거야.

수가가 왜 문제냐고?

우리나라에 소아과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 많아.

전공의가 지금 없는거지. 이제 곧 끊기겠지.

소아과 흉부외과의사가 어디있냐고?

너네 안보이는곳에 있어. 개업했거나 요양병원당직하거나 미용하거나.

그들이 왜그러냐고? 그들이 일할자리가 없어.

우리나라는 이런진료를 하면 돈이 안되게 되어있어.

OECD평균 반도 안되는 이런말도안되는 수가로 유지를 하라고?

소아과개원의 근데 월 몇천씩벌지 않냐고?

그건 남아있는 소아과야. 폐업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들은 그 월급 벌려고 하루에 250명씩봐.

50-60명보던 소아과는 망했어.

소아과의사들은 비보험 잡을것도 없거든.

그리고 심지어 맘카페 테러당해서 없어진 소아과들도 굉장히 많아.

흉부외과의사들이 왜 흉부외과를 안하냐고?

흉부외과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해야해.

대학병원은 돈을 벌어야해.

일자리만들면 적자야. 그래서 안뽑아.

심지어 우리나라 굉장히 큰 문제가 수도권 집중이야.

지방거점병원에있는 선후배들 얘기들어보면 너무 마음이아파.

수술얘기만 나오면 죄다 ktx/srt타고 아산삼성서울대세브란스 간데. 실제로 이래.

지방거점병원은 1-2주안에 수술가능한데 대형병원가면 5-6개월걸리는데도 무조건 간데.

정말 수술잘했던 형들도 지방에서 환자케이스가없어서 우울해하고있어.

포기하고 그냥 개업하는 형들도 있었고.

이런데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의사를 더 뽑겠냐고. 레지던트가 들어오겠냐고.

지방의료 공백이라고 자꾸 정부가 외치는데.

이러면 환자들이 지금처럼 더 서울로 몰릴텐데.

우리나라는 면적대비 의사수는 굉장히 높아.

이게 무슨말이냐. 땅이좁지.

그렇다고 인구만명인 지역에 모든것이 다 해결가능한 3차의료기관이 들어가야하느냐? 그런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없어.

이송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되는거야. 지금도 파리날리는 지역거점병원들을 키워야하고.

이런얘기 우리가 정부한테 몇십년째 했어. 근데 무시해.

정부도 알아. 근데 수가개선을 하게되면 당연히 본인부담금 건강보험료 올라가니까 그놈의 지지율때문에 모든 정부가 무시하고 있어.

비유가 이상할 수 있지만 여성군입대이슈같은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의대 늘리면 소아과 흉부외과 의사가 늘지 않겠느냐! 지방에도 의사가 많아지지 않겠느냐!

맞아. 조금은 늘긴할거야. 근데 이들이 어떤의료기관에서 무슨일을하게될까?

근데 단적인 예로 응급실뺑뺑이 사건을 보자.

수술가능한병원이없었던거잖아. 중환자실 여석도 없었던거고.

병원에서 이런수술하면 적자니까 애초에 시스템이 안되는거야.

의사들이 늘어난다고 이런게 해결이될까?

응급실뺑뺑이사건이 "의사가" 없어서 생긴 문제였을까?

그 "의료기관"에서 시스템이 안되니까 보낸거지.

지금 시스템이 갖춰져있는 기관들은 대학병원이야.

근데 알아야할건. 의사를 만명으로 늘려도 이런병원들의 의사수는 증가되지않아. 수가가 개선되면 더 채용할수도 있겠지만.

의대늘려서 어떻게될지는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조금은 개선될수도 있을수도?

근데 난 오히려 이런 의료환경에서는 증원된 의사들이 몸값이 줄어든 피부미용시장에서그러려니하면서 살것같아.

국민들이 원하는 효과는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단순 의사의 월급을 줄이고 싶은이유라면. 늘리면 됨.

의료계의문제를 해결하고싶은거라면? 틀을 바꿔야함.

(블라인드 펌)

개인적 추가글.. (스킵해도 좋음)

이번 정책에서 가장 좌절한 의사는

필수과, 바이탈과,

최근 그 과를 부르는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다른 말로는

“낙수과, 기피과” 의사들.

정부가 틀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고

정치적 이익(표)이 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의사(복지부 차관 말로는 의새ㅎㅎ)들의

목을 누르고 있기 때문.

“네가 일 안 해서

누군가 죽으면 넌 법정최고형이다”하는 등의

온갖 명령이 그다지 무섭지 않은 이유는

“죽지 않으려면 죽어라”처럼 들리기 때문.

사람 살려보겠다고 간 과에서 가장 무서운 건

“넌 가치 없고(그 역할로는 일자리가 없으니)

넌 (예비)살인자야(누군가는 죽을테니)“일텐데

그걸 이미 겪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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