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맨발로 1층서 13층까지 문 두드린 20대, 화재 참사 막았다 0
방화동 화재, 주민들 구한 우영일씨
물 적신 수건 들고 두차례 오르내려
고령자-장애인 많이 사는 아파트… ‘피하세요’ 외치며 주민 대피 시켜
“어려운 사람 몸 바쳐 도와주라는 아버지 유언에 연기 공포 이겨내”
우 씨는 “연기가 자욱한 걸 보고 10분 정도 망설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이 떠올라 용기를 냈다”고 했다. 우 씨의 아버지는 간경화로 3년 전 세상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이 어려우면 한 몸 바쳐서 도와주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장을 잃은 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던 우 씨 가족은 더욱 어려워졌다. 우 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며 공사장, 식당 등에서 일해 왔다. 현재는 이동통신 판매업을 하고 있다.
서울 강서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4분경 “타는 냄새가 나고 복도에 연기가 자욱하다”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인력 108명과 장비 30대를 동원해 7시 49분경 완전히 불을 껐다. 이날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4층 주택 거주자는 “담뱃불을 붙이다가 불이 살충제에 옮겨붙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옆집에 거주하는 70대 여성이 대피 도중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채로 구조됐고, 현재는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 방화문은 열려 있었고,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이 아파트 곳곳에선 안전불감증의 흔적이 발견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화재 당일 1층부터 15층까지 점검한 결과 모든 층의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 불이 나면 연기 확산을 막아 주민 대피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복도식 아파트인 이곳은 복도에 창문이 설치돼 있어 중앙에 설치된 방화문을 닫아놔야 다른 층으로 연기가 확산되지 않는 구조였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당시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라 주택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이곳에서 8년 넘게 근무한 아파트 관리인은 “전체 150가구 중 100가구 넘게 고령자와 장애인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났을 때 쉽게 대피하기 힘든 주민이 많이 사는 곳이지만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부족한 것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노약자나 장애인처럼 재해 약자일수록 화재에 안전한 성능을 갖춘 형태의 주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v.daum.net/v/20240122030207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