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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공여자의 경험담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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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23 23:18:01 24/02/23 23:18:01 1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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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에서 간이식을 아주 쉽게 표현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공여자로서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모친에게 간 공여한 경험담입니다.

Killing time 용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수십여년전 모친은 생활비의 이유로 B형 간엽 미 접종

20여년 전부터 간염 >> 간경화 로 이어지며 관리를 받고 있었으나 점점 안좋아 지고 있는 상태였으며, 15년 말부터 안좋은 이야기가 슬슬 나오더니 16년 초엔 지나가는 말로 간이식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듣게되었습니다.

당시 모친 66세, 본인 45세

얼떨결에 본인이 공여하겠노라 했으나 와이프는 하라고 하지도, 하지마라고도 못하고 난감한 입장이었을 겁니다.

 

1.수술 준비

기본 검사후 지방간 수치를 낮춰야한다는(살을 빼야 한다는) 처방과 혈압약 복용 처방을 받고 준비 시작(170에 80정도였음)

운동 안하던 사람인데 2월 경 산책과 절식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수술(7월경)까지 하루에 우유(중간사이즈) 하나와 고구마 삶은 거 1개로 식단 조절.

퇴근 후 공원 산책부터 시작해 달리기, 산행, 마지막엔 야간 산행 달리기까지 하게됩니다.

(나중엔 비가와도 산에 갈 정도로 운동에 중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술 2주전쯤이었는데 산행 중 쓰러져서 30여분간 의식 잃어 쓰러진적이 있었는데 이러다 죽을수도 있겠구나 했죠.

우유와 고구마만 먹다보니 변비가…야간 응급실에서 관장을 두번이나 했지만 실패 한참을 고생하다 배변성공을 하긴 했는데 그 굵기와 길이가…엄청 났습니다.

엑스레이상으로도 대장 전체가  변이었음.

본격적인 운동 시작 후 수술 직전까지 27kg 감량

2.수술 전 검사

많은 검사를 했지만 8년이 지난 아직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는 검사는 생검이라해서 큰 바늘을 간에 직접 찔러 조직을 빼내는 검사입니다.

배 까고 누워 있고 선생님은 초음파 같은 기계를 보면서 난생 처음보는 굵기의 바늘을 갈비뼈 사이로 간(좌엽/우엽)에 직접 찌릅니다.

피부는 마취를 해서 아프진 않은데 이 긁은바늘을 초음파를 보며 혈관을 피해가며 간으로 가야 하기에 찌른 상태에서 휘저어야 하는데, 이 고통이 어마어마합니다.

살아생전 느껴본적 없는....

이 시술 후 4-5시간 가량 목침을 대고 엎드려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가 않아요.

슬프게도 의사가 원하는 수치가 나오질 않았는지 “살 더빼고 오세요” 라고 합니다.

한달 뒤 두번째 생검은 고통을 알기에 더 끔찍 했었습니다.

 

3.수술 직전과 직후

어찌어찌하여 수술방 입장.

모친과 같이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 간을 꺼내는 시간에 맞춰서 하겠지요.

배드에 누워 들어가는데 너무 추웠던 기억과 수술베드가 그냥 스텐배드(처음 봤음다)

긴장한 탓인지 그 아프다는 척수마취주사도 그냥 따금...그리곤 기절

아침 6시경 수술시작해서 13시간만에 끝났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정신 차린 건 자정이 너머 1시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보호자도 없었고 혼자 어어어어어~~~

정신 차리고 했던 첫마디는 “ 와 C8 마이도 쨌다” 입니다.

수술 전 15cm 정도 개복한다 했었는데 명치부터 옆구리까지 40여cm를 쫘악…ㅎㅎ(교보재였지 않았나 생각)

시간이 지나 생각 해 보니 그 정도는 개복을 해야 두 손이 들어가서 혈관 봉합이 가능하겠구나 생각됩니다.

당시에도 내시경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비용이 으마으ㅏ)

밤새 물도 못 마시고 어버어버 하다가 점심때쯤 일반실로 이동하고 오후쯤 되니 간호사선생님 왈 “나가서 운동하세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런데 또 걸어지더라구요. ㅎ

나이롱 환자 행세를 3일정도 더 하고 퇴원, 무통주사를 달고있어서 아픈건 못 느꼈습니다.

 

4.수술 후 검사.

한달여 지나 사진찍고 상담.

간도 원래 사이즈로 다 커졌고 괜찮으니 살 좀 찌우라는 소리에 긴장줄 놨더니만 한달도 안되어 이전 몸으로 바로 돌아가 버리네요.

 

5.수술 후 후유증

병원에선 후유증은 없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좀 있습니다.

 이식하신분들 커뮤니티를 보면 개인마다 다 다른 거 같습니다.

아래에 적은 것들을 후유증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만 제 몸의 변화입니다.

1.봉합을 위해 뱃 속 장기(대장소장 등)를 밖으로 다 꺼내놨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 때문인지 없던 트림을 하는 버릇이 아직도 계속 됩니다.(불편한 정도까지 아닙니다)

2.새치가 원래도 좀 있긴 했지만 지금은 거의 백발 수준입니다.(80% 정도 백발)

3.이건 간이식 후유증이라기 보단 마취(18시간) 후유증이지 않을 까 하는데 어깨, 팔꿈치, 손가락, 고관절, 무릅 등 관절의 상태가 좋질 않습니다. 나이 들어 그런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급작스럽게 안좋아 진건 맞습니다.( 사람을 7-8% 죽였다가 살려 놓은거니 이해가 갑니다)

4.절개 한 곳을 기준으로 아래쪽이 신경이 끊겨 내 살 같지가 않습니다.

5.기억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사람 이름이 바로 생각나질 않네요.

6.종합검신 받으러가면 초음파선생님들이 꼼꼼히 봅니다. 공여자 초음파 경험을 자주 하는게 아니라 하더군요. 신기한 경험인가봐요)

6.현재

상기 후유증 말곤 정상이며 모친도 관리 잘 하고 계십니다.

관리 안되면 5년 잘하면 15년이라 하던데 별 탈 없으시네요.

내가 한 생명을 살렸구나(모친이라 할지라도) 하는 생각에 장기 기증 신청 했습니다.

 

7.총평

살아가면서 한번쯤 경험헤 볼만한 일이긴 하지만 내 새낀 아니고선 안한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거 같아 기록해 봅니다.

 

수술 후 한동안은 간도 쓸개도 없는 놈이었습니다.

쓸개도 19여년전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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