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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가난한 부모님이 마음의 짐이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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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28 23:11:01 24/02/28 23:11:01 12,341
 (14.♡.194.130)

저는 40대 초반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평생 단한번도 넉넉하게 산 적이 없습니다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하고, 다른 배우자를 만나 살다가 이혼하고

늙고 돈없으니 결국 다시 합치신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알콜의존증에 공사장 일을 오래하신 아버지,

골수 기독교로서, 자기만 피해자고 자기 삶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위 몇줄만 읽어도, 제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아시겠죠? 가난한 건 기본이었습니다.



사실 20년 전쯤 재결합했다가 15년 전에 헤어지시고

아버지가 고향으로 돈 한푼 없이 내려가셨습니다.


그래도 고모들이 잘살아서 좀 도와주고, 작은 아파트도 사게 하고,

재개발 빌라 사서 분양권도 받게 해주셨는데


어머니랑 다시 합치면서 다팔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얘기 들어보니 지금은 방 보증금 몇천 말고 없는 상황인듯 하더라구요


저는 어머니에게 하도 질려서 거의 절연했고, 아버지랑만 가끔 연락하는데

전화할 때마다 일자리 없다 몸아프다 엄마 하는 일도 잘 안된다 그러는게 참 화도나고 안타깝습니다.



재산 처분하지 말고 고향에서 월세라도 받으며 살라고 그만큼 저와 고모들이 설득했는데

어머니에게 세뇌당해서 올라와놓고, 자기끼리 잘살거니 상관 말아라 해놓고,

이제와서 죽는 소리만 하시니까요.


허나 어쩌겠습니다. 본인들의 선택이고 인생인데요


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 다만 한달에 적은 돈이라도 보내드리는 정도로 

기본 도리만 하고 있습니다.


형이 한명 있는데, 부모님이 없는 살림에도 많이 투자했으나 사는 게 영 어렵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차별 대우 받아서 저와도 절연한 상태구요


쓰고 보니 정말 이 생의 가정 환경이 힘들었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돌아가셔도, 가족장으로만 혹은 무빈소로 치를까도 생각 중입니다


저는 다행히 제 가정 꾸리고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

제 아이, 아내에게 집중해야지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살아보니 부모가, 환경이, 한 사람의 인생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나이 먹고도요  

그래서 딸아이에게 보탬이 되면 되었지, 짐은 안되려고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아내하고도 결혼 10년 동안 싸운 적도 거의 없을 정도로 서로 이해하고 아껴주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힘들고 불안정하게 살았지만, 내 자식에게는 결코 제가 겪은 것을 단 1%라도 물려주고 싶지 않거든요.


휴일에 사무실 나와서 일하다가,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

 

 

헉 베스트에 올랐네요 ㅜㅜ

 

댓글들을 보며, 많은 위로를 얻습니다.


사실 하나 더 부연하면, 대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제 명의와 인감을 도용하여

연대보증 세우셔서, 22살때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말로는 당시 IMF로 너무 힘들었고 저를 키우느라 돈이 들었다고는 하나 

어린 나이에 재판장에도 가보고 다른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삶에 희망이 없다고 느껴 학업이고 머고 술에 의존하며 방황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렇게 20대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무절제하게 보내다 


좋은 아내를 만나 결혼해 부자는 아니지만 세식구 화목하게 살고 있습니다.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정도까지 온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의 말대로 몸 건강히 낳아주시고 부모님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안버리고 키운 것이 어디냐며 

감사한 생각을 가지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제 마음속 원망과 번뇌가 가라앉을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10년, 20년, 30년 전과 똑같은 부모님의 상황을 볼 때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제 상황을 글로 올렸는데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지금처럼 꿋꿋이 제 아내와 딸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인생은 그들의 몫이겠지요 

자식이 어떻게 할 수 없기에 그저 기본 도리만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 놓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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