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게시판

HOT 게시글

유머 게시판입니다.

필수의료과 모두 어렵지만, 제가 소아과 의사이기에, 소아과 이야기만 담아보려합니다. 저는 ... 0

추천164 비추천0
벤츠
24/03/02 00:37:02 24/03/02 00:37:02 30,541
 (14.♡.194.130)
필수의료과 모두 어렵지만, 제가 소아과 의사이기에, 소아과 이야기만 담아보려합니다.

저는 현재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한 대학병원 스켑입니다. 이틀에 하루 꼴로 당직을 서고 있고 2주째 이러고 있으니 체력이 바닥날대로 바닥나 하루빨리 전공의들이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얼마 안남은 우리 소아과 전공의들이 파업이 끝나도 안 돌아올 수도 있겠다 싶어 매일 마음 졸이고 있습니다.

어려운 과 사정에도, 매번 메스컴에서 소아과 어렵다 때려대도, 아이들이 좋다고, 좋아져서 나가면 그게 그렇게 좋다고 웃던 전공의들이었습니다.

80시간 당직 시간 정해져있음에도 자발적으로 출근해서 아이들 처방내주고, 진찰하고, 응급상황에 달려와주던 전공의들이었습니다. 애초에 돈을, 밥그릇을 욕심낼 애들이었다면 소아과 자체를 지원 안했을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정부에서는 무조건 2천명 못 박아놓고 타협은 없다, 무조건 2천명이다 반협박으로 밀어붙이고, 나약한 개개인으로는 도저히 항변할 길이 없는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대출을 제한하고, 출국을 막고, 압수수색 및 사복 경찰을 심어서 쫓아다니며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악마 새끼로 몰아갑니다.

제가 돌아오길 고대하는 우리 전공의들은 저 졸속 행정하는 정부보다 훨씬 더 환자들을, 아이들을 위해 오래 고민했고, 본인의 휴식도 반납해가며 일해왔으며 소아과가 돈 못 버는 거 알지만 선택해준 아이들입니다.

소아과 전공의들이 2천명 통과되면 돌아올까요…?

아니요… 하루라도 빨리 개원해서 미리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전공의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을 겁니다.
미용이 될 수도 있고, 외국 의사시험일수도 있고, 혹은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니 다른 전문직을 찾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아과 의사보다 돈 잘 버니까요. 미래가 있으니까요.

2천명 증원하면 그 중에 소아과 몇 명이나 할까요?

출산율 0.6을 찍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로 더 투철해진 위생관념으로 감염병이 시작되도 예전처럼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습니다.

소아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 수 x 감염병 유행 수에 비례해서 수입이 증가합니다.

의사 수 30년째 동결인 거 맞습니다.
그러나 의료 수가 또한 30년째 동결이었습니다.
때문에 짜장면값도 30년 전보다 20배 오른 이 시대에, 수입 절대값 자체가 30년전보다 못한 유일한 과입니다.

신생아 혹은 영유아 진료를 보신 분은 잘 아시겠으나 0원 600원만 내고 가보신 경험 많이 있으실 거고
예방접종, 영유아 검진 모두 무료로 받고 가십니다.

이것이 불만인 것은 아닙니다. 필수의료니까요. 무상급식처럼 정말 저 밑에 어려움 있는 아이들을 놓치면 안되니까요.

근데 그럼 적어도 감기진료라도, 기본 진료값이라도 더 받으면 안되는 걸까요.

다들 아시잖아요. 대부분의 오픈런 병원은 아동병원입니다.

이제 개인 소아과는,

특히 지방에서 하는 개인 소아과는 하루에 50명 이상 보지 않으면 간호사 월급+ 월세+ 기본 소모품 구매 비용 등등 유지 자체가 안됩니다.

의사가 매일 출근해서 앉아있어도 환자가 오지 않으면 본인이 가져가는 수입이 0원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출산 시대에, 소아과 전문의들이, 10년 이상 공부해서 겨우 전문의된 사람들이 월-토 주 6일 매일 출근해서
버는 수입이 300-500만원이라면, 그 길을 계속 갈까요…?

미용병원 차리면 바로 그보다 배 이상 벌텐데요…

필수의료과가 무너진 이유는,
소아과 전문의가 부족한게 아니고
기존의 소아과 전문의들이 소아과를 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전향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새로 전공의도 들어오지 않죠.

하물며 10년 공부해 이미 전문의 면허가 있는 사람도 소아과를 안하는 마당에, 10년 뒤 전문의가 될 애들 2천명 더 뽑는다고 걔네가 소아과를 할까요?

코로나19때 큰 타격을 입어 500개 이상의 개인 소아과가 폐업했습니다. 소아과는 이미 그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줄었는데, 더 이상 올라오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 더하여 주변에서는 의사를 악마로 지정하고, 환자들 버리고 가는 쓰레기로 전락시킨 얘기들 뿐이라 전공의들은 진실로 저에게 너무 회의감이 든다며, 본인에게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갔던 보호자분들도 뒤로는 저렇게 생각하실런지 절망스럽다고 호소합니다.

저도, 필수의료과를 선택한 수많은 의사들도,
다른 과보다 한참 돈 못 벌지만 유일하게 위로받는 포인트는
내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수 없이 살려왔다는
그래서 내가 누군가의 가정을 지키고, 기쁨을 줬다는 그 만족감
그게 다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달내내 언론에서 환자버리고 가는 악마 소리 들으면서 사그라들었습니다.
지금도 내 가정도 못 돌보고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매일같이 밤을 새지만, 오늘도 언론에서, 댓글에서 나오는 소리는 의사는 악마다, 사명감없다, 니 밥그릇만 챙긴다, 의사 수 늘려봐야 정신차린다 입니다…

소아과 의사 중에 돈많이 벌어서, 떼돈벌어서, 으스대는 재수없는 사람 있었나요…?
진실로 제가 수십년간 소아과해오면서 봐온 제 동료들은 모두가 돈에 큰 뜻을 두지 않는, 아이들의 미소가 좋아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증원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출산율이 30년 전 2.8에서 0.6으로 1/4토막이 났으면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수가가 4배는 올라야 기존처럼 소아과가 유지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걸 국가에서 외면하는 이유는
보호자가 1000원내면 나머지 9000원을 국가에서 내줘야하고
수가를 2배만 올려도 보호자 2000원 국가 18000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며

이때문에 의료보험 재정이 바닥난 상태에서 수가마저 올리면 결국 의료보험비가 오를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공론화 되는 순간 단박에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어떤 정치인도 쉽게 손을 못 댔던 겁니다.

중국인에게, 조선족에게, 외국인에게 퍼주는 의료수가만 손봐도, 쓸데없이 새고 있는 보험진료 수가만 손봐도 필수의료에 줄 수가가 있을텐데

이걸 손봐봤자 겉으론 티도 안나고, 복잡하고,

의사 수 늘린다고하고 의사들 밟아주면
그 사이다같은 모습만 봐도 지지율이 오르기 때문에 나중 생각 안하고 이런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그 많은 의사들이 어쨌든 본인도 먹고 살아야하니 수가를 창출을 위해 무던히 노력할 것이고, 그로 인해 의료재정은 더 빠른 속도로 바닥날 것이며
결국 필수의료 현실은 전혀 좋아지지 않은채,
아니 더 악화된 채 의료비 상승 및 결국은 의료 민영화나 의료보험료 상승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대학병원에 속해있으며
의사가 늘든 줄어들든 제 수익에 전혀 상관이 없기에
제 밥그릇만 걱정한다면 오히려 빨리 정부의견을 받아드리고, 전공의들이 빨리 복귀해서 제 당직이 없어지는 것이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많은 대학교수들이 대부분 그럴 것입니다.
그럼에도
본인 밥그릇에 지장이 전혀 없음에도 전공의들을 지지하고, 자발적으로 몇날며칠을 당직 서가면서 버티는 이유는
실효성도 없는, 전혀 의료현실이 나아질 리 없는, 졸속 행정 법안이기 때문입니다. 진행하면 오히려 필수의료는 망가집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만이라도 부디
의사들이 지 밥그릇만 챙기느라 저런다는 편견만 없애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