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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후폭풍을 이해하려면 돌판을 이해해야 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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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3/02 16:26:02 24/03/02 16:26:02 17,001
 (14.♡.194.130)

남돌은 5세대 얘기가 나오고 있고, 여돌은 4세대 중반에 들어섰습니다. HOT 데뷔를 원년으로 잡아도 거의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시장입니다. 그만큼 시장이 성숙되고 자체 소비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1세대 아이돌부터 유사연애 컨셉은 꾸준히 있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층위들이 존재합니다.


- 유사연애: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유사연애 감정을 소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그르냐 옳으냐를 떠나서 일단 그런 감정을 상품 혹은 보상으로 제공하는게 아이돌 산업의 기본입니다. 유사연애를 가장 잘 활용하는 형태가 음반 판매를 통한 다양한 포토카드, 팬미팅 혹은 싸인회 입장 등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아낌없이 쓰게 만듭니다.


- 육성시뮬레이션: 산업이 성숙되면서 나이 먹은 소비자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아이돌 소비에 익숙한 여유 있는 소비자들이 아이돌을 자식키우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내 돈으로 내 아이돌 야무지게 키워서 남부럽지 않은 아이돌로 만들어준다'는 마인드가 깔려있습니다. 여기서 남부럽지 않은 아이돌이라는 건 성적을 뜻합니다. 일반 대중은 관심도 없는 음방 1위, 초동 판매량, 전체 판매량, 음원차트 순위(올킬이니 줄세우기니 하는 것들) 등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돈을 많이 태웁니다.


- 밴드웨건 효과: 여기에 소위 1군 라인업에 이르면 성적 좋은 아이돌의 팬이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위의 팬들이 잘 나온 사진, 무대 등으로 자체 무료홍보를 하죠. 여기에 라이트한 팬심으로 탑승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기본 팬층이 있고 홍보가 잘 되니 밴드웨건 효과로 나중에 입덕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나중에 입덕한 팬들도 위의 감정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기본 성적, 두터운 팬층을 기반으로 늦게 입덕했어도 위의 감정을 가지고 애착을 형성하게 됩니다.


- 주식팬(?): 좀 상이한 형태입니다만 엔터 주가 수익이 잘 나면 대박을 치기 때문에 주식을 산 후에 응원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경우 회사의 주요매출을 담당하는 보이밴드/걸밴드가 휘청하면 수식은 물론 팬심(?)마저 박살나기 마련입니다. 현재 SM에서 가장 밀고 있는 아이돌은 에스파이고 그 중에서도 핵심 멤버가 카리나였습니다. 즉, 카리나의 열애설은 이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 시간과 지갑을 점유하는 산업: 여기에 요즘 아이돌 컨텐츠 생산량이 장난 아닙니다. 일단 자체 제작 유튜브가 있고, 예전에는 브이라이브, 요즘은 버블같은 실시간 라이브 소통도 자주 이뤄집니다. 또 버블은 카톡처럼 아이돌이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에 가상일지언정 친밀감 형성의 정도가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제대로 입덕하고 즐기기 시작하면 거짓말 좀 보태서 24시간을 해당 아이돌의 컨텐츠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애착관계를 바탕으로 앨범을 사게 만들고, 음방 사전녹화에 오게 만들고, 팬싸인회에 응모하게끔 만듭니다. 최종적으론 콘서트장까지 불러내죠. 융탄폭격같은 컨텐츠의 물량공세로 제대로 입덕하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런 방식으로 요즘 아이돌 산업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소위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 일상의 대부분을 아이돌로 채우고 아이돌을 소비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평소 카리나는 '아이돌 문화를 잘 알고 있고' '연애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팬이 항상 최우선이다'라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소위 소통방송도 가장 활발히 하던 멤버였는데, 소통방송과 메시지가 줄어든 시점이 연애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합니다. 팬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만 합니다. 안심하라고 말하던 가장 든든한 리더가 가장 먼저 연애를 시작했으니까요.


여기에 4세대 여돌 시장의 특수성이 개입됩니다. 그간 여돌 시장은 소위 3대장으로 불리는 그룹들이 있어왔습니다.

2세대: 소녀시대-투애니원-원더걸스

3세대: 블랙핑크-트와이스-레드벨벳


이 전통에 따르면 4세대 역시 3대장으로 정리돼야 하겠지만 이 3대장을 정하는게 살짝 애매합니다. 뉴진스와 아이브의 입지는 꽤 공고한 편입니다만,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에스파와 르세라핌이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즉, 뉴아르냐 뉴아에냐 (혹자는 4대장으로 편하게 묶기도 합니다)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에스파는 넥스트레벨로 천장을 한번 찍은 후에 (그놈의) 광야 때문에 저조하다가 스파이시로 올라섰다가 드라마로 다시 주춤했던 상황입니다. 조만간 4월에 정규 1집이 나온다고 하는데, 에스파 팬은 이 정규 1집을 기점으로 3대장의 한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시키겠다고 전의를 불태우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카리나의 열애설이 흘러나오면서 팬들은 맥이 풀린 상태라고 합니다.


에스파, 그 중에서 카리나는 특히 육성시뮬레이션 개념으로 키우는 여자팬들(소위 여덕)이 많았습니다. 팬은 캐릭터 육성과 유사하게 현질할 만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면 현타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니 카리나 열애설이 터진 이후 후폭풍이 꽤나 거센 겁니다. 특히 홈마라는 팬층이 있는데, 대포 데세랄을 가지고 좋은 사진 찍고 보정해서 자체 홍보하는 핵심팬층입니다. (이 홈마들이 이 사진을 대가로 돈을 버는 경우도 소수 있습니다만 이건 차치합니다) 비싼 미러리스 혹은 데세랄+대포 렌즈라고 하면 얼마나 비싼지 아실 겁니다. 게다가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서 스케줄 따라다니고 아이돌 사진 수백장 찍어서 자체 영업하는 사람들인데, 카리나한테는 이 홈마가 굉장히 많이 붙었었습니다. 클리앙에서 보는 화질 좋은 카리나 사진은 대부분 이런 홈마들이 찍어서 올리는 겁니다. 그런데 열애설이 터지고 나서 무려 서울에서 현장행사가 있었음에도 홈마가 한명도 안 붙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출장갈 필요가 없는 서울임에도 말이죠. 그만큼 팬층의 실망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라이트한 팬이나 대중 입장에서는 20대 중반의 선남선녀가 연애하는 것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만, 해당 아이돌의 팬에게는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유사연애산업+육성 시뮬레이션+성적 주의+내 일상을 다 가져가던 아이돌이 갑자기 열애설이 나오면 현타가 세게 오고, 휴덕 혹은 탈덕, 심하면 안티의 길로 가게 됩니다. 여기에 에스파 안티들이 악플 달고 성희롱하는데 이것과 싸우다가 더 현타가 오게 됩니다. '지금 내(팬)가 1순위가 아닌 멤버한테 내 시간과 돈, 정신을 써야 하지?'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해당 아이돌에 대한 애정과 소비는 끝나게 됩니다.


저 같은 잡덕들은 대강 돌아가는 형국만 파악하고 새로 데뷔하거나 컴백하는 아이돌 무대 보면서 즐기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한 그룹에 집중하는 팬은 정말 말 그대로 시간과 돈을 매몰시킵니다. 그리고 그 매몰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게 아이돌의 연애입니다.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왜 그러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매몰된 사람의 감정(과 돈)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현재 돌아가는 아이돌 판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야 왜 카리나 팬들이 과몰입하고 휴덕/탈덕을 선언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알아둬야 감정이 와 닿진 않더라도 이성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정도의 공감할 수는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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