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게시판

HOT 게시글

유머 게시판입니다.

이따금씩 밤마다 문득 10년이나 지난 일이 떠올라 어디에 말도 못하고 적습니다.. 저는 10년 전... 0

추천13 비추천0
벤츠
24/03/03 14:58:03 24/03/03 14:58:03 32,177
 (14.♡.194.130)
이따금씩 밤마다 문득 10년이나 지난 일이 떠올라 어디에 말도 못하고 적습니다..

저는 10년 전 흔히 업소라 불리는 곳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막 스무살이였고요.
술 친구로 있었던 친구가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함께 일하자 소개시켜줬던 곳이였습니다.

모던바라 이야기 했고 손님들과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시급이 3만원이다 말을 했었죠.

당시 저 외에 그 친구의 말을 들은 몇몇이 함께 그곳으로 갔습니다.

가기 전 친구에게 ‘바’ 이니 밤에만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물으니 술을 팔지 않는다 말했고, 당시 ㄴㅇㅂ와 같은 곳에 관련 아르바이트들을 검색했을 때에도 부정적인 내용이 없었어요.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구글 같은 곳에는 알바ㅁ, 알바ㅊㄱ에서 모던바 공고문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고요.

친구가 제게 말했던 것 처럼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만 하면 돈을 주는, 그런 일이라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갔을 때, 처음에는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공간이라 놀랐어요.
‘바’ 라고 하기엔 방이 곳곳에 있었고 그 방으로 들어가 단 둘이 이야기를 하는 형태라서요.

겁을 먹긴 했지만 친절하게 저를 달래주며 한 번만 경험하고 정해보라는 그곳 사장 언니의 말을 듣고 알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본 남자는 정말 터치 하나 없이 이야기만 하고서 갔어요.
그러고 전 그 날 3만 원과 교통비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4-5시간 정도 그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처음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들 이야기만 하고 나갔고, 몇몇은 커피나 간식거리들도 사왔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히키코모리나, 여자를 못사귀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러 오는 건가보다 했어요.

항상 챙겨주는 사장 언니는 혹시라도 너를 불쾌하게 하면서 억지로 만지려 하거나 뭘 하려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쎄게 두드리라 이야기 했어서 지금 생각하면 머저리같지만, 당시엔 아무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쯤 갔을까요..
매 번 갈 때마다 봤던 남자 한 명이 뭔가 평소와 다르게 있던 중, 억지로 관계를 시도했습니다.

싫다고 문을 두드렸지만 사장 언니는 오지 않았고, 그 남자는 내가 매 번 너를 보러 왔는데 이 정도면 해줄 때 되지 않았냐? 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자기 혼자 분했는지 밖으로 나갔고 사장 언니에게 뭐라 뭐라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 제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나 다 생각은 나지 않지만, 그 정도로 싫어할 거리냐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며 이것도 서비스직인데 손님을 불쾌하게 하면 안되지 않겠냐는 투의 말을 듣고 이후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곳을 제게 소개시켜준 친구는 미안하다며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사과했는데, 거기서 더 일을 하게 된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모던바가 아니라 사실은 ㅋㅅ방이라는 곳이였다고 합니다.
여담으로는 저 외에 다른 친구 한 명을 빼고는 거기서 꽤 잘나가게 됐다고 하고요.

제게 그곳을 소개시켜준 친구는 저러고 간간히 다같이 술먹을 때만 만나다가 몇 년 뒤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게 됐다며 연락이 왔는데, 밖에서 자기가 소개시켜준 오빠랑 밥먹고 카페만 가면 된다… 뭐 이런 일이였어요.
ㅁㅌ은 안가도 된다, 정말 이번 애들은 본인이 소개시켜주는 사람들이니 너가 원하면 아무 짓 안할 거다 하던데 그 길로 그냥 차단하고 지금은 뭐하고 지내는 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그냥 재수 없게 이상한 일에 말렸다 여겼습니다.
이후 남들처럼 평범한 아르바이트로 만족하면서 돈 벌고 학교 다니고
10년 지난 지금은 제 나이의 또래가 그렇듯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일이 간간히 잊을만 하면 떠올라서 저를 괴롭힙니다.
그때 그 남자의 얼굴이 계속 떠오릅니다.
그런 곳이였다는 걸 알고 처음엔 재수가 없었다 하고 넘겼던 날이, 지금은 그때의 제가 너무 멍청하고 한심하고 업소녀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 같아서 스스로가 더러운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남사친에게 모던바에서 일하게 됐다 떳떳하게 말하고
그곳에서 입던 옷들이 이쁘다 찍어 보여줬던 제가 떠오르면서,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는 그 애가 혹여나 그때 저도 몰랐던 그곳의 진상을 알고 저 모르게 소문을 내고 다니진 않았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면서 끝도 없이 불행해지는 기분입니다…


앞으로 제가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제가 저는 업소녀일까요, 업소녀가 아닐까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