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남자친구와 저는 딱히 결혼 생각이 없다가 모종의 사정으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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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4 08:49:01
24/02/14 08: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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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남자친구와 저는 딱히 결혼 생각이 없다가 모종의 사정으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는 상황입니다. 두 사람 다 나이 많아요.
나이는 3살차(남자쪽이 연상) 두 사람 다 안정적인 직장이고, net연봉 비슷하고, 비슷한 직역, 일욕심 많고, 생각도 비슷한 편입니다. 사귈당시 데통했고 둘 다 불만이 없었습니다.
결혼생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면서 마찰이 생겼습니다.
일단 합의 된 부분은 이렇습니다.
각자 돈관리를 하되 월급에서 250씩 공용통장에 각출해서 대출이자 및 생활비 쓰고 저축도 하기로 했습니다. 남는 돈은 시가에 주든 친정에 주든 둘 다 터치 안 하기로 합의 잘 되었습니다.
전 결혼식에 큰 로망이 없고 축의금 회수용으로만 하길 원했고, 남친이 오히려 좋아하더라구요.
기타 예물이니 혼수니 싹 생략하고 가진 현금자산은 모조리 집 사는데 녹일 예정입니다.
신행은 결혼식 직후 말고 여름에 시간이 따로 나서 그때 가기로 합의했고요(장소 아직 안 정함. 둘다 바빠서...). 각자 가져오는 현금도 크게 차이 안 납니다.
이하는 갈등사항 입니다(두가지 모두 남자쪽에서 사귈당시는 좋다고 함).
1. 두 부부 모두 가능한 만큼 육휴를 썼으면 좋겠다.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출휴 후 복직할 것. 내가 복직한 후 남편이 육휴를 썼으면 좋겠다. 그 이후 나도 다시 육휴를 쓰겠다(서로의 커리어를 위해 오래 쉬는것보다는 각자 짧게 쉬는게 좋음. 둘다 육휴를 쓰면 어느 정도 커리어에 불이익은 있음. )
2. 아이 성은 내(아내) 성이었으면 좋겠다.
사귀던 극 초반 아이가 생기면 제 성으로 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어차피 데통을 하니 다른건 모두 거의 칼같이 반반 하는 상황이고, 애 만드는건 10개월동안 제가 거의 다 하는데, 애 성은 제 성을 주고 싶습니다.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하고요.
참고로 2번 문제로 남친이 본인도 기여한 바(정자)가 있다고 주장해서 그럼 제가 애 성은 랜덤 뽑기로 정하자고 했고 ㅋㅋㅋㅋ 뽑았더니 제 성이 나왔던 일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쓰면서도 이건 좀 웃기네요. 두 가지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진지하게 파혼 고민중입니다.
늘 칼같이 이성적이고 반반 챙기던 사람이(전 불만 없음) 아이 성 문제에 있어서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남들 다 하니까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정작 본인 가장친한친구 엄마아빠 성이름 물어봐도 전혀 모르던데...?
제 입장에서는 스스로 가부장제 싫다고 여자도 일해야한다고 말하고, 전업주부는 잘못된거라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감성적으로 호소하니 내로남불로 느껴집니다.
마지막에는 본인이 몇천만원이라도 더 들고올테니 자기성으로 하자고 하더라구요. 애를 만드는건 나고, 저도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같은 금액으로 더 들고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그럼 같은 금액으로 맞춰오겠다고 했죠.
무엇보다 둘 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남친 본인은 본인이 원하면 본인보다 덜 벌고 가부장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다른 배우자를 충분히 만날 수 있고, 그 배우자 부양하면서 자기 성 딸린 애 만들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조건, 성향 비슷한 저를 만나서 말을 바꾸는지가 의문이고요...?
이렇게 결혼생활 조율하면서 약간 확신이 든게, 제가 '결혼 자체'를 그다지 하고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남자가 되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서, 이 남자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만났는데 막상 결혼하려고 보니 아이의 주된 양육자를 저라고 생각하고 자기는 돕겠다는 자세네요. 가사분담이나 효도 문제도 미적지근 합니다. 어차피 저 혼자 다 할거면 굳이 결혼해야 하나 싶고, 최종적으로 분담이 잘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제가 싸우고 기운빼고 애를 써야만 하는 것 자체가 저에겐 할 필요 없는 과중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냥 아이만 낳고 제 호적에 편하게 올리고 남친이 면접교섭권을 원하면 양육비 받으면서 애 보여주고, 아니면 양육비 안받으면서 제 애로 행복하게 키우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과 나누었더니 부모님은 애 안낳겠다던 딸이 손주 보여줄 마음을 먹었다는 것 만으로 기뻐하시네요. 내키지않는 결혼을 굳이 하느니 혼자가 났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렇게 칼같이 반반결혼 하셨던 분들, 경제적으로 합치시지 않는 분들 아이 성은 어떻게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