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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 아직도 생각나는 팀장 이야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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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보이
24/02/12 03:26:02 24/02/12 03:26:02 8,694
 (14.♡.19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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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팀장은 나와 면접을 보고 내 합격 당락을 결정지어준 사람이었다.

 

 

"면접보러 왔습니다. 어디로 가야됩니까?" 라고 부르짖는 나에게

 

이쪽으로 들어가세요 라고 가리키던 그의 위치는 3층 창문앞이었고 지게차 위험하게 딛고 올라가있었다.

 

 

잘못온걸까.. 수십번 고민했고 런각을 잡고있을때쯤 땀을 닦고 들어오던 길을 알려주던 그 직원이

 

나와 마주보며 앉아 팀장이라 소개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큰 실례를 한 것 같다며 가볍게 목례를 하며 그게 면접의 시작이었고 곧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뒤 그 팀장은 자기사업을 찾아 떠났고 후임으로 본사(서울)에서 아주 잘나가는

 

지부장을 사무실로 모셔왔다.

 

 

장점과단점이 아주 극명하게 갈리는 양면성이 있는 재미난 사람이었다.

 

 

당시 지방사무소 식구는 내가 입사하고 1년간 13~14명대를 유지하였고

 

대부분의 물자시스템을 본사를 통해 받아서 하는 구조였다.

 

 

지부장은 이 마음에 안드는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아한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나가야된다며

 

영업소가 아니라 지사로 거듭나려면 인원부터 늘려야된다. 매출은 내가 만든다며

 

면접을 보고 사람을 늘리기 시작했다. 고인물들은 과감히 포지션도 바꿔가며 그렇게 20명대를 유지했다.

 

우스꽝스러운 면접도 있었던게, 우리쪽에 자주 배달오던 마트배송직원도 자기도 면접볼수있냐는 말에

 

그자리에서 면접자리를 만들고 이력서를 내며 합격하기도 했고 그는 아직까지 근무중이다.

 

 

비록 본사인원의 10%정도 수준에 그치는 정도였지만 꽤 파격적 인사였다.

 

 

어느날 본사에서 악성재고 판매독려가 내려졌다.

 

고추모양을 닮은 악성재고였는데 자기가 다니는 거래처 사모에게 전화해서

 

"사모님 고추 좋아하죠? 고추 좀 사가~내꺼보단 좀 작다" 하면서 경악스러울 성희롱급 농담에도

 

전화너머로 사모의 목소리는 깔깔거리며 결국 발주로 이어졌다.

 

역시 영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그 혹독한 과정속에서 나는 지쳐갔다.

 

내 주변 동료 두명이 퇴사를 하고 나만 남아 불만을 토로하자 괴씸하다며(속으로 생각했다함..)

 

인원은 늘려주되 난 교묘하게 진급이 밀리게 되었다.

 

다만 그로인해 회사생활은 편해졌고 나름대로 챙겨준다고 나를 우수사원으로 발탁시켜줬으니

 

쌤쌤이라 생각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나에게 가끔 서류를 들고 출장을 보냈고 영문도 모른채 지정된 장소에서 서류를 건네주거나

 

특정 제품을 특정 아파트에 만나 공급해주는등, 난 당연히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 생각했지만

 

그가 본사의 사원급으로 발령난 공문을 보고나서야 이게 '횡령'이 되었다는걸 알게되었고

 

정확히는 금전적이 아닌,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해 본인의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었던 것 이다.

 

다행스럽게도 난 뭐가 뭔지도 모르는 부하직원1에 불과했고 딱히 공범이라 할만한 요소가 없었기에 참작사유가 되었다.

 

 

그는 본사로 다시 되돌아가 지부장이 아닌 평사원이 되어 지게차를 타며 신나게 또 물류팀에서 일하는걸 보면

 

어딜가서도 잘 적응하는 독특한 캐릭터라 생각했다.

 

1년에 두어번 올라가는 본사에서 그를 마주쳤을때 그는 고개를 숙인게 아닌

 

고개를 빳빳히 들고 우리를 맞이하며 너스레 떨며 자기는 언젠가 독립할거라 호언장담해댔다.

 

그리고 1년뒤 그는 퇴사를 하고 본인사업을 시작했단 소문만 전화 몇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세번째 팀장이 되어 내려온 사람은 아주 '독종'이었다.

 

본사에서부터 독사급 지독함이라 표현하며 사업을 말아먹고 늦은나이에(50대) 입사해

 

물류현장에 투입되어 개같이 일하다 사장눈에 잘 띄고싶어 점심시간마다 보고서를 들고 가 마주보고 식사를하며

 

그렇게 초고속으로 진급을 했다고 한다.

 

 

다만 그러한 능력대비 팀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쉽도 부족했고

 

덩달아 주변 평판도 좋을리가 만무했다.

 

그들은 '일을 만들어오는'팀장이 아니꼬왔고, 각종 소문, 윗선에 항의 등등을 시도해

 

그 팀장을 보내달라고 간곡히 요구했고, 똥을 치워낸것마냥

 

그 똥은 흘러흘러 지방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 당시는 그게 똥인지 몰랐고 찍어먹어볼때쯤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얼굴은 참 평범하리만치 생겼었다.

 

영화 UP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게 생긴 것 같은데 살이 별로 없어 빼빼말랐고

 

키는 매우 작았다. 160정도의 느낌이랄까.

 


열정이 강한데 반해 손해를 보는건 지극히 싫어하고 고집이 매우 쌨으며

 

아랫사람들에게 거짓말도 쉽게 하는편이고 목표달성시 주어질 혜택에 대해 미리 언급 한 뒤

 

목표를 달성해도 입을 싹 닦아버리고 언제그랬냐는식의 대응에

 

직원들의 사기가 꺾여나갔다.

 

 

당시 최고참은 나와 더불어 6개월 먼저 입사한 형님이 계셨고

 

형님은 항상 직원들을 대신하여 총대를 매고 팀장에게 아쉬운발언을 쏟아냈다.

(첨가하자면 '업무 지시에 이상한 보상을 걸고 유혹하지말라'는 요청이었다. 부당한 지시를 하기전에

본인도 같이 업무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지시만 하기엔 이쪽 생리를 잘 모르시지 않냐 라고도.)

 

우습게도 지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리를 전혀 몰라

 

본사 올라갈때마다 사장에게 대가리깨지도록 잔소리 듣고 내려오는것도 알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즈음 흔하게 일어나는 재고정리꼼수작업을 마치 '불법'인냥 밀고하듯 털어내서

 

직원 3명을 털어냈다. 거기엔 그 형님도 포함되어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3명 중 2명은 1달 뒤 조용히 복직했고 형님은 더럽다며 다른일을 알아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다음 타겟은 나였다.

 

형님 혼자 총대를 맸겠는가. 서류를 꾸미며 데이터를 제공하고 개선점을 같이 제안했던 나 또한 척결 대상이었고

 

내가 바랬던건 그저 좀 더 공평하고 합리적인 업무방식이었지만

 

그에게 우리는 눈엣가시같고 자기 자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적들로 보였나보다.


 

그는 나에게 현장업무를 제안했고 난 현장업무가 싫었지만 생존을 위해. 가정을 위해 현장을 택했다.

 

말이 좋아 제안이지 사실상 협박이자 명령이었다.

 

나는 주변 직원들에게 내가 원해서 내려간다고 말하며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업무를 서포팅하던 입장에서 이젠 동등한 위치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으니

 

처음엔 서글프다가도 금새 적응되는 내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했고

 

그때 비로소 내가 사무직이 아니라 영업직에 맞는 사람이구나 를 느낄 수 있어 보람된 나날이었다.

 

 

우스꽝스럽게도 당시 팀장은 내가 현장에 내려가있는 동안

 

숙취상태로 운전을 해 면허취소가 되었고, 매주마다 본사로 올라가야되는 업무를 못하게 되며

 

팀장직을 내려놓았다. 웃기게도 내려는 놓았지만 여전히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무튼 현장의 업무를 계속 이어나가던 그 때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현장부터 정리가 들어가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난 다시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으려 사무실로의 복직을 택했고

 

나를 끌어준 그때의 팀장은 신기하게도 내가 올라가고 1주일뒤에 본사의 공문을 통해


전 팀장<->현 팀장 다시 스왑이 이뤄졌고 나에겐 최악의 수가 되었다.

 

 

달갑지 않은 표정의 팀장과 마주 할 자신이 없어

 

매일 의욕없는 나날을 보내며 궁상 떨다 결국 퇴사를 선언하고 말았다.

(내용을 적기엔 너무 길어져서..)

 

 

승리나 패배가 아닌, 중이 싫어 떠나는 중이 되었다.

 

 

아직도 종종 그의 생존신화를 전 동료를 통해 듣기도 하며

 

여전히 잘 다니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생존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동료 및 후배들은 대응과 항의보단 순종과 복종을 택했고

 

나와 형님이 한참 개선을 위해 부르짖을때 뒤에서 묵묵히 순종적으로 팀장이 시킨 간접적 지시를 따르던 그 동료가

 

가장 빠르게 진급했단걸 듣고 역시 그게 맞아. 생존은 불합리한걸 말하지 않고 묵묵하게 버티는게 생존이야.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파트장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사실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접할 수 있었다.

 

결국 누구든 팀장의 지시를 듣는 위치에 가게되면 저렇게 되나보다 싶었다.

 

 

인과응보라고 하기엔 어줍짢고, 사필귀정이라고 하기에도 그는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누군가가 볼멘소리를 할때 같이 입과 귀를 열고 뜻을 모아줬다면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남 일이라고. 어차피 위에서 알아서 할테니 난 콩고물이나 받아먹자~

 

라는 생각을 하는 동료들은 비록 생존했지만 그게 과연 생존인지 처절한 사투인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최근들어 노조가 생기고 회사의 환경개선이 많이 이뤄졌다는걸 한다리 건너 들었을때

 

그리고 내가 당시 부르짖던 부당함들이 싹 씻겨져 날아가며 노동법에 위배사항이라 지적 당했단 말들은

 

나는 틀리지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좀 더 버텨볼껄 그랬나 싶은 멍청한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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