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이준석 몰락사: 그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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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4/02/13 22: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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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본인은 다른 갤러리에서 자주 이준석에 대한 드립을 치고 비판하는 동시에 차악 느낌으로 (아직도) 지지는 하는 사람임. 대권은 유승민 오세훈 이낙연 김동연 순으로 지지하고 정치관도 여러모로 꼬여있어. 그런 내 성향이나 나 자체가 싫으면 뒤로가기를 누르는걸 추천할게.
이 글은 이준석의 몰락 과정을 현재 정치 지형과 외부 요인, 그리고 그의 개인적이고 치명적인 결함들과 연결시켜서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글임. 그리고 앞으로 '개혁신당'과 '개혁보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도 담겨 있음.
자 그래서 거대양당 최연소 당대표이자 개혁보수의 아이콘이던 이준석은 대체 어쩌다가 민주당과 정의당 출신 좌파 세력들과 합당하게 된걸까? 나는 이준석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믿음. 이준석은 스스로를 고평가하는 오만한 엘리트주의자인 동시에 남을 비꼬는 말투를 즐겨쓰는 사람임.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준석 몰락의 진정한 원인이라고 생각함.
우리는 시계를 돌려서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자 모든 것의 시발점인 윤석열-이준석 갈등까지 갈 필요가 있음.
윤석열의 국힘 입당 전 이준석의 발언들은 윤석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후에도 양측은 꾸준히 조금씩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어. 사실 윤석열 성격을 생각해보면 여기서 이미 이준석의 결말이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 또한 이때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가 되기도 했음. 지지층 입장에선 이준석이 윤석열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거든.
아무튼 윤-준 갈등은 윤석열이 국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각종 논란 인사 영입으로 더 커졌고, 급기야 이준석이 두 차례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 이런 갈등의 폭발은 윤석열의 따봉과 함께 극적으로 봉합되었고, 둘은 대선까지 쭉 순항했음.
하지만 이때 이준석은 이미 국민의힘 주류 지지층에게 찍힘. 그들 입장에서는 이준석이 윤석열 후보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도망쳐서 분탕질을 친 것으로 보였거든. 대선이 급하고 민주당이 더 싫어서 묻힌거지, 이준석은 이미 당내 지지를 잃은 상태였어.
이 시기 이준석은 'ㄹㅇㅋㅋ만 치세요'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등의 페북글을 올리고는 했는데, 이는 이준석의 이미지를 더욱 가볍고 경박하게 만들어 싸가지론에 일조했어.
윤석열 본인도 이때 확실히 이준석에 대한 혐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임. 이준석이 연습문제 운운하고 자기를 인사시킨 것에 대해 분노했을 것.
아무튼 대선이 끝나고 나서 이준석을 끌어내릴 준비를 하던 친윤계는 이준석에게 이탈리아 대사 자리를 권유함. 김종인은 윤석열 취임날에 미국에 가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오는걸 조언했고. 하지만 이준석은 둘 다 거절하고 당대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택했음.
사실 이준석이 둘 중 하나를 택했다면, 어쨌던 지금처럼 끌어내려지진 않았을 것임. 하지만 이준석은 뭔가 어수선하고 자기에게 안 좋은 당 내 분위기를 무시한 채 당대표 직을 유지했지. 지선까지 이기면 아무도 못 건드릴거라고 생각한걸지도 몰라.
지선에서도 이준석은 김진표 지사 관해서 친윤과 갈등했고, 김은혜 후보와도 소소한 기싸움이 있었어. 결국 지선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이준석에 대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어. 친윤계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성비위 의혹을 물고 늘어졌지.
이준석은 윤리위에서 징계를 받으며 사실상 탄핵되었고, 윤석열 본인은 관여를 안한 것으로 보였어. 하지만 체리따봉이 모종의 이유로 유출되면서 윤석열이 이 모든 것의 배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그때까지 윤석열을 믿던 대부분의 이준석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줬어.
이 사태는 이준석이 억울하게 끌어내려졌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국민과 당내 여론도 이준석에 더 우호적으로 변했어. 실제로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여론은 징계 찬성 51.4%, 반대 44.8%로 나오기도 했거든.
만약 이때 이준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잠행했더라면, 나중에 등판하기에 최적의 상황이었을거야.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준석은 잠행 대신 대통령과의 정면 맞대결을 택했어. 아무리 지지율이 낮다고 해도 윤은 어쨌던 취임 3달차 대통령이었는데 말이야.
이준석은 대통령과 정면 충돌하는 과정에서 여러 실책을 보였어. 윤석열을 신군부에 비유하고, 10.26 사태를 언급하고, 무리하게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개인적으로 UN 제소 운운하던게 제일 한심한 행보였다고 생각해. 이때의 행적 때문에 이준석에 동정적이던 인사들과 당원들도 상당히 돌아서게 된 것으로 보여.
결국 이준석의 추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고, 추가 징계까지 되면서, 이준석의 반격은 실패로 돌아갔음. 그의 이미지만 더 실추된 채 말이야. 그러나 이준석은 멈추지 않았음.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국민의힘의 다음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힘을 다시 확보하려고 했지.
당시 이준석과 인연이 있고 윤석열한테 똑같이 당한 유승민이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였는데, 문제는 유승민이 출마할 것처럼 떡밥만 왕창 뿌려대고 정작 출마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함(이건 솔직히 유승민 잘못 맞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준석은 급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천하람을 당대표 후보로 내보내고 다른 개혁보수 성향인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까지 지원하며 일명 천아용인을 앞세워 선전하려고 노력했음.
근데 이준석은 여기서 판이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착각을 해버림.
대선 승리 이후 국민의힘 책임당원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서 원래 20만명 언저리였던게 전당대회 직전까지 약 84만명까지 늘어났어.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비율이 100%라서 당심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 상황이었지.
당시 공개된 자료를 보면 40대 이하 당원의 비율이 32%고 수도권 당원의 비율이 38%로 영남의 40%에 근접하였음. 여기에 친윤 세력들도 지금 유입되는 당원들이 어떤 성향인지 잘 감이 안 잡혀서 쉽게 안심 못하고 있었어.
근데 잘 생각해보자. 40대 이하 당원 비율이 32%라는건 50대 이상 당원이 68%라는 뜻이고, 수도권 당원이라고 영남에 비해 덜 강성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지. 당원 구성은 여전히 이준석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어.
문제는 이준석이 신규 당원 상당수가 자기 보고 들어온 비윤/반윤 당원인 줄 착각했다는거임. 이준석은 방송 나가서도 여러번 그렇게 말을 했고, 선거 예측을 보면 실제로 그렇게 믿은 것으로 보임.
아무튼 그래서 이준석은 자기에게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천아용인을 출격시켰어. 근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지. 이준석의 무리한 개입으로 천아용인이 이준석의 대전사 느낌이 되어버린거야.
천아용인이 분명 이준석의 권유로 출마했고 그의 영향을 받은건 맞지만, 그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해야했어. 그런데 이준석이 자꾸 천아용인을 자신의 대리기사로 묘사했음. 아예 영화 벤허에 비유해서 자기는 벤허고 천아용인은 4마리 말이라고 할 정도였어.
천아용인에 이준석이 간섭하면서 이들의 방향성에도 문제가 생김. 원래 천하람은 처음 출마했을때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 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본인을 그렇게 적대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이준석이 자꾸 판에 끼어들면서 이준석 본인뿐만 아니라 천아용인의 윤석열, 친윤에 대한 발언도 점점 거칠어졌어.
윤석열이 아무리 미치광이라고 해도 집권 1년차 대통령인데, 그런 대통령과 대놓고 척을 지는건 전략적으로 좋은 행동이 아님.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조차 여전히 기대감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대놓고 윤석열을 욕하기보다는 당의 혁신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돕는다는 투로 나갔어야 했는데, 이준석은 윤석열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이걸 하지 못했어.
그리고 이준석의 사적 감정으로 일이 하나 더 꼬였어. 바로 안철수에 대한 감정임. 이준석은 안철수에게 톰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조롱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전략이었음. 대체 어떤 3등이 2등을 집중적으로 패는 전략을 내세우니? 심지어 이걸로 이미지도 더더욱 가벼워졌지.
이준석은 천하람이 27% 받고 결선 간다고 진지하게 주장했고, 천하람은 15%를 받고 낙선했음. 그나마 이기인이 이재명 저격수 하던 공로를 인정받아 거의 20%를 받은게 최대였지. 안철수 지지자들이 그나마 최고위원에 교차투표를 해줬을지도 몰랐는데, 이준석의 안철수 공격은 그 기회조차 말아먹었어.
이렇게 전당대회도 실패로 돌아갔으나, 이준석은 잠시 잠행하다가 다시 윤석열을 비판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였음. 그는 김기현을 비롯한 친윤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웠는데, 강서구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맞추는 등 소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
국민의힘도 이준석 말대로 강서구청장 선거가 흘러가면서 조금씩 총선 참패 가능성이 보이니까 인요한을 등용해서 이준석에게 한자리를 주려고 했음. 물론 총선이 끝나면 버릴 의도였겠지만, 이준석은 이것을 거부하며 어떻게 보면 당에서 준 기회를 내쳤지.
이준석은 그러더니 인요한을 상대로 영어를 쓰며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고, 환자는 용산에 있다며 그를 자극했어. 그러자 처음에는 이준석과 갈등을 봉합하려던 인요한이 오히려 이준석의 부모까지 욕하면서 국힘 주류와 이준석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고.
결국 이준석은 신당 창당 떡밥을 꾸준히 흘리면서 여론조사를 확인했고, 지지세가 상당히 높게 나오자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결심함. 양당 비토, 혐오 정서가 심해지면서 할 만 하다고 느낀 것으로 보임.
천아용인 및 지지층과 탈당한 이준석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준석이 초록국당의 전례를 따라가고자 한 것으로 해석함. 영남 30석 운운한걸 보면 영남에서 지역구 몇 석을 얻고 비례대표도 한 20% 받는걸 목표로 한 것으로 추정됨. 아마 국민의힘 공천 파동으로 넘어오는 현역 의원들과 그들의 조직을 이용해서 영남을 석권하려고 했겠지. 그렇게 영남 보수층과 중도층의 표를 받아 순식간에 대형 정당이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준석은 처음부터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가 없었어. 여기에는 크게 다섯 가지 요인이 있어.
첫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이고 국민의힘은 여당이야. 여당의 이점은 정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를 존나게 꽂을 수 있다는 것임. 국민의힘은 공천 탈락자들을 요직 꽂아넣는 식으로 달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탈당할 메리트가 줄어들지.
둘째, 국민의힘 내부 세력 갈등은 한쪽으로 기울었음. 친이준석 계열 당원들은 아무리 많이 쳐줘야 전체의 20% 수준이었고, 친이준석 의원들도 거의 없었어. 반대로 2015년 새정연 전당대회에서 박지원은 무려 문재인을 당원 투표에서 앞섰고, 국민의당에 따라나선 현역 의원도 20명이었어.
셋째, 영남 민심을 공략하기에 부족했음. 영남은 8년 전 호남과 다르게 홀대받는다는 정서가 별로 없어. 당장 윤석열에 대해 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해도, 그게 이준석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 윤석열 본인이 자주 대구 방문하고 그랬는데 왜 홀대 받는다고 느끼겠어? 더군다나 이준석이 영남에 대단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선 도중에 본인이 상대적으로 영남을 홀대했다는 말도 듣기도 했어.
넷째, 이준석은 8년 전 안철수가 아님. 8년 전 안철수는 여전히 신선하고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대권 주자 유망주였음. 반면 이준석은? 이미 거대 정당 당대표까지 해본 사람에 이미지가 깎여 갤럽 조사에서 항상 호감도 꼴지, 비호감도 1등을 차지하던게 이준석이잖아. 이준석은 개인적인 자금력도 안철수에 비교할게 못되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만한 이유 하나, 이준석 본인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비호감이 있을거야. 모두 잘 알겠지만 이준석은 그동안 남들이 보기에 싸가지 없다고 느껴지는 언행을 자주 해왔고, 영남 의원 상당수를 구태 정치인, 나쁜 사람, 비만고양이라고 욕해왔음. 그런데 자존심 높은 의원 나으리들이 이제 와서 저러는, 심지어 아직까지도 자신들을 조롱하는 이준석을 따라가고 싶겠니?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가고 말지.
이렇듯 이미 시작부터 불가능한게 초록국당 모델이었어. 현역 의원과 현지 민심 모두 안 따라준다는데 어떻게 바람을 일으킬 수가 있겠어?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악재까지 겹침. 바로 한동훈의 등판.
한동훈은, 솔직히 말해서, 저관심층과 중도층에게 개인적인 소구력이 있는 인물이 맞음. 그리고 생각보다 더 똑똑한 것도 맞음.
한동훈은 공천 파동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현직 의원들을 최대한 존중하는 공정한 경선 제도를 약속하는 한편, 경선 시기 자체를 미뤘어. 또한 영남 중진들에게 요구하는 '희생'도 수도권 자살 돌격이 아니라 역내 험지 출마로 완화시켜서 이들을 달래고 길들였지.
이렇게 국민의힘이 생각보다 공천파동 대처를 잘할 동안 개혁신당은? 금고는 비었고 합류 인원은 미약하고 지지율은 점점 하락하고 당원 숫자는 어느새 정체되네? 그러면서 보수의 노아의 방주를 말한다? 정치인들이 갈 이유가 뭐가 있을까. 열정과 비전이 단데, 이 둘은 밥은 못 먹여주잖아?
친유계의 개혁신당 합류도 사실상 전무했어. 이들은 이미 바른정당 분당을 겪어봐서 이준석의 신당 창당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봤겠지. 거기에 한동훈도 정책의장 유의동과 계속해서 밀접한 교류를 하는 등 이들을 어느 정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이런 친유계의 침묵은 김웅의 불출마 선언과 유승민의 신당 합류 거절로 완전히 현실화 되었지. 일각에서는 유승민이 안 와서 신당이 망한거라고는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신당이 망할거 같으니까 유승민이 안 간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준석 본인과 측근들도 정작 유승민을 만나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들도 유승민 영입에 그렇게 진심은 아니었던거 같아.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 유승민과 친유계가 개혁신당이 이 꼴 날거라는걸 알아서 합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걸러야 한다고 생각함. 그냥 순수하게 망할거 같아서 안 간게 더 일리가 있어보여.
창당 전후 이준석 특유의 블러핑도 거짓말로 드러났어. 이준석은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잘하면 겨우 80석 건진다고 발언했는데, 문제는 영남이랑 비례대표만 합쳐도 80석은 넘겨. 그냥 이준석의 허세지. '상상치 못한 인사'들은 코빼기도 안 비쳤고, 정당 운영을 돈 거의 안 들어가게 하겠다는 것도 불가능했지. 수권정당을 만들겠다는 이준석의 포부는 점점 소멸되고 있었어.
이렇게 되니까 그동안 낙관론에 빠져있던 준석이도 슬슬 현실을 알아차렸어. 돈 없어서 사이트도 수제작 해야하고, 인물 없어서 각종 전과자들을 영입해야하고, 지지율이 떨어져서 주목도도 낮아지고... 그나마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정책이 어그로 쫌 끌긴 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나봐.
이준석 본인은 만약을 대비해서 빅텐트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여. 플랜 B 느낌? 그래서 빅텐트를 안하겠다고 확답하지 않는거고. 다만 이것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뿐, 그 전 발언을 보면 본인이 실제로 빅텐트를 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고 믿어. 그리고 상황이 이토록 안 좋아질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원래는 이낙연 및 다른 세력들과 부분적 지역구 연대 정도를 구상한거 같은데, 일이 꼬이니까 결국 합당까지 간 것 같아.
결국 이준석은 이미 국힘에서 나온 이상 당장의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3지대 통합 빅텐트 정당을 구축하기로 선회했음.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던 약간 급하게 추진된건 맞아보여.
여기서 잠깐, 이럴 바에 차라리 그냥 비례대표 몇 석 먹는 자강론을 택하는게 낫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음. 하지만 이준석 입장에선 자강론 계속 밀어붙이는 것도 상당히 리스크가 큰 도박이었어.
만약 자강론 하다가 비례대표 봉쇄조항도 못 넘기면? 실제로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은 일부 조사에서 2~3% 수준까지 하락한 시점이었음. 만에 하나 그대로 원외정당으로 전락하면 개혁신당은 그날부로 공중분해 되는게 확정이었어. 진보정당보다 훨씬 미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 누가 남겠니?
다른 하나는 이준석 본인이 언급한 문제야. 이준석이 갑자기 비례 몇 석 먹고 말자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지역구 출마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겠지. 또한 비례대표 희망자들이 각자 앞 번호를 먹으려고 서로를 저격하며 당내 상황은 더욱 뒤숭숭해졌을거야.
이제 3지대 전체의 관점으로 자강론의 리스크를 보자. 현재 정치 지형에서 3지대 정당들은 좌우파 양쪽 지지층을 끌어당길 능력이 매우 한정적임. 결국에는 양당 비토층, 중도층, 저관심층을 공략해야해.
그런데 만약 3지대 정당들 하나같이 갈라져서 서로 '날 뽑으세요' 이러면 중도층은 누구 뽑아야 하는지 몰라한다. 그럴 바에는 그냥 민주당 국힘 중 한쪽을 고르거나 투표장에 안 나갈지도 몰라. 또 3지대가 분열되어있으면 언론에서 보도해주는 비중도 지들끼리 서로 갈라먹거나, 어쩌면 아예 보도 자체가 거의 안될지도 몰라. 이러면 다 같이 죽는거야.
그래서 이준석을 포함한 3지대 인사들이 다 같이 통합하기로 한거임. 이번에 진짜 망하면 자기들 정치생명이 그대로 끝나는거 알고 있거든. 이미 수차례 도박에 실패한 이준석은 더이상 도박할 자신이 없었음.
결국 이준석은 이번에도 오만하게 낙관적인 예측을 했고, 막상 계획이 틀어지니까 어영부영 하다가 그동안 가능성만 열어둔 3지대 통합으로 간 것으로 보여.
난 그래서 이준석이 비밀리에 통합한게 오히려 이해돼. 여기서 자기가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하며 통합 가능성을 내비쳤으면 통합 과정에서 이낙연을 위시한 진보 세력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을지도 모르거든. 3지대 통합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니까 허세를 부리면서 최대한 뭐라도 뜯어내려고 한거겠지. 근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뭘 얼마나 가져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
다만 이준석이 합당 과정을 비밀리에 붙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그는 최소한 지지층에게 사과라도 제대로 해야했어. 그러나 그는 고압적인 태도로 해명과 정면 반박으로 나왔고, 그 결과 강성 지지층 상당수가 등을 돌리게 만들었음. 뼈아픈 실책이고, 또다시 자기 성격을 못 이긴거.
결국 3년간 이준석의 행보를 보면, 그는 궁극적으로 항상 일관적인 이유로 실패했음. 정치 지형도 외부 변수도 아닌 본인의 성격. 특유의 오만함 때문에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고평가하고 따라서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그러면서 언행은 경박해서 가볍고 비호감인 이미지를 심어줌. 이 둘만 아니었어도 이준석은 이 꼴 안 났을거야.
자 그래서 이 새로운 개혁신당과 개혁보수 세력의 미래는 어찌될까?
일단 당장 총선 전에 현재의 개혁신당이 내부총질로 망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 4대 세력 모두 당장의 생존을 위해 야합한건데, 왜 굳이 그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싸움을 걸겠어? 개인적으로 고위층끼리의 충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하위 당직자들도 적당히 눈치 챙기면서 따라올 것 같아.
하지만 요주의 인물들은 여전히 있음. 바로 원칙과 상식 측의 조응천과 이원욱. 민주당 진영에 관심 있으면 알겠지만, 이 둘은 항상 비주류 반골 세력이었어.
여기서 조응천 이미지는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조응천은 아예 박근혜 싫다고 문재인 따라왔다가 문재인과도 각을 세우고, 막상 당을 접수한 이재명과도 충돌하다가 이낙연과도 싸운 반골 중의 반골이야. 이원욱 역시나 비문•비명계에 조응천과도 물밑 갈등이 있었고. 만약 개혁신당에서 문제가 터진다면, 십중팔구 이 둘이 엮여있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또다른 문제는 이제 비례 경선인데, 이 부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음. 이미 물밑 합의가 되어있을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치열한 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음. 하지만 지지율이 워낙 급락하는게 아닌 이상 당이 쪼개질 수준의 혈투를 벌이진 않을 것 같아.
지금 개혁신당이 잡탕정당인거 맞아. 근데 양당이 싫은 중도층은 그런거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항의표를 줄 것이라고 믿고 4당 합당을 한 것이겠지. 만약 이게 제대로 먹힌다면, 어쨌던 당장의 개혁신당은 비례대표에서 10% 이상은 득표하지 않을까 싶네. 물론 총선 코앞인데 내부총질로 계속 내분이 일어나면야 뭐... 다 같은 배 타도 망하게 되겠지.
총선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당이 멀쩡하게 존속된다고 치면, 일단 지방선거에서는 무조건 바른미래당 꼴이 날 것이고, 대통령 선거에서 이낙연이 대권 후보로 나가게 되겠지.
의외로 당 자체는 물리적으로 쪼개지지 않을거 같아. 현역 의원 몇 명의 절대다수는 비례대표일텐데, 이들은 탈당하면 의원이 되지 못하거든.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치고 받고 싸운다고 해도 탈당하는 세력은 없을거야.
다만 그렇다고 잡탕 정당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어. 결과적으로 겉으로만 같은 당이고 서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꼴이 될지도. 아무튼 그렇게 긍정적인 모습은 아닐거 같긴 하네. 그저 고위 인사들이 서로 적절히 조율하길 바래야 할 뿐.
무엇보다 현재 이낙연 쪽 당원만 해도 이준석쪽 당원의 거의 두 배에 달하고, 여기에 새로운선택 계열까지 합하면, 당 내 주도권 싸움에서 이준석계가 이길 방법은 도저히 안 나옴. 개혁보수의 관점에서 본다면, 신당에서도 이길 방법은 없다는 암울한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개혁보수 세력은 어떻게 될까?에 대해 개인적인 주저리를 늘어놓았음.
현재 이준석이 여러 개혁보수 당원들을 끌고 나온 상황에서 국힘 당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줄었을 것임. 그리고 솔직히 유승민이 당내 경선을 뚫는 것은 한동훈과 적극적인 연합으로 이미지를 완전히 세탁하는게 아니면 불가능함.
*한동훈은 현재 당 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기에, 한동훈이 유승민을 정치적으로 사면하는 것이 유승민이 기존 당원들에게 용서 받을만한 유일한 가능성임. 물론 그 현실성은 낮고, 실제로 한동훈이 그런다고 해서 유승민이 진짜로 용서 받을지는 모름.
나는 그래서 현재는 지금 유의동이 하는 것처럼 기성 보수와 타협한 채 그들 옆에서 최대한 정상적인 정책 방향성을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당권을 직접 먹으려고 정면충돌을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쉽고 현실성이 있는 전략이니까.
대선때 가서는 글쎄... 너무 먼 얘기라 잘 모르겠네. 확실한건 아마 쉬운 싸움은 절대 아닐거야. 특히 유승민이 총선 내내 끝내 아무것도 안한다면, 다음 대선에 나올 명분은 없어지니.
마지막으로, 좀 뜬금없지만 지지자들도 개인적으로 자기가 지지한다는 '개혁보수'가 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음. 개혁보수를 지지한다는게 무슨 의미야? 보수정당의 내부 구조를 개혁한다는건가? 정치판 전반을 개혁? 단순하게 온건 보수를 뜻하는건가? 아니면 그냥 반페미가 개혁보수야? 정부에 쓴소리 하는게 개혁보수인가?
다 쓰고 나니 쓰고 싶은 내용 다 담지 못했고 정리도 좀 덜 된 어수선한 글 같기도. 헛소리 늘어놓은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길.